부루퉁한 스핑키/윌리암 스타이그 지음 그림 조은수 옮김/28쪽 6500원 비룡소
“어! 나랑 똑같네, 똑같아!”
부모들은 흔히 자녀에게 밝은 책만 읽히고 싶어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 즉 화냄, 간절한 바람, 슬픔까지도 섬세하게 드러낸 책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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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퉁한 스핑키’(그림)는 아이의 화난 마음을 세밀히 그려낸 그림책이다. 누나, 형, 아빠와 차례로 말다툼을 한 스핑키는 잔뜩 화가 나서 절대로 화를 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누나와 형의 성의 없는 사과와 ‘네가 나이 값을 못하고 애처럼 군다해도 식구들은 변함없이 너를 사랑한다’는 아빠의 설교에 더욱 화가 난 스핑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이 원망스럽다.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린 스핑키는 친한 친구와 할머니, 심지어 엄마에게조차 마음을 열지 않는다.
상황이 이쯤 되면 책을 읽는 어른들은 참을성에 한계를 느낀다. ‘뭐 이렇게 버릇없는 녀석이 다 있어?’ 라는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느새 스핑키와 한마음이 되어있다. 과연 스핑키는 언제쯤 화를 풀까?
‘눈오는 날’(에즈라 잭 키츠 글 그림, 김소희 옮김, 비룡소)에는 눈을 가지고 노는 아이의 즐거움과 기쁨, 설렘이 담뿍 담겨있다.
눈 오는 날, 피터는 하얀 눈에 발자국을 요렇게도 찍어보고 조렇게도 찍어본다. 눈이 수북히 쌓인 나무를 막대로 툭툭 건드려 보고,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한다. 눈밭을 뒹굴며 실컷 놀았지만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피터는 아쉽기만 하다. 아쉬운 마음에 눈을 꽁꽁 뭉쳐 주머니에 넣는 피터. 집에 돌아와 눈 뭉치가 잘 있나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지만 주머니는 젖은 채 텅 비어있다. 내일도 눈이 오길 간절히 바라는 피터는 밤새도록 눈이 녹는 꿈만 꾼다.
눈을 가지고 노는 피터의 모습엔 아이다운 호기심과 지칠 줄 모르는 놀이의 세계가 있다.한 번 몰입해서 놀면 지칠 때까지 노는 것이 아이들의 본성인데, 그 무한한 에너지를 놀이가 아닌 공부에 빼앗기고 있는 아이들은 본성을 잃고 있는 게 아닌지….
아이들은 다양한 감정의 자기 이야기에 쉽게 공감하고 재미를 느낀다.
조현애(부산대 사회교육원 ‘어린이 독서지도 과정’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