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 외국어고를 다닐 때 제 우상이 MBC 앵커 백지연씨였어요. MBC를 선택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최근 KBS와 MBC 아나운서 공채 시험에 동시 합격한 리포터 겸 MC 출신의 최윤영(25)은 MBC를 최종 선택했다. 아나운서 시험에서 수백대 1의 경쟁을 뚫었다는 기쁨도 잠시, 어느 방송국을 택하느냐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진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에게 KBS는 ‘친정’ 같은 곳이었다. ‘TV 내무반 신고합니다’의 진행과 ‘연예가중계’의 고정 패널을 맡고 있기 때문. “황현정 언니와 친 자매처럼 지냈고 ‘∼신고합니다’에서 함께 진행을 맡았던 이계진씨에게도 많은 조언을 받았어요. KBS 관계자들이 ‘배신’이라며 서운해 할지도 몰라요.”
그가 MBC를 택한 것은 광고 계약 문제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그는 현재 LG 클링스 치약 CF에 출연하고 있는데 계약이 내년 3월까지로 되어 있으나 KBS 내부 규약에는 ‘아나운서는 광고에 나가선 안된다’고 되어 있는 것. 이에 비해 MBC 아나운서실은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라는 것.
12월10일자로 MBC의 정식 아나운서로 출발하는 그의 마음은 ‘비장’하다. 그동안 대충대충 쌓아왔던 프리랜서 경험을 지워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
“학업 외에 제가 유일하게 재미를 느낀 게 방송이었어요. 잔 심부름부터 신입 사원이 해야할 일들을 하나 하나 배워나가야죠.”
두 방송국에 동시 합격 소식이 알려진 뒤 그는 ‘원래 아나운서가 아니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서울대 영어교육과 3학년 때인 1999년 EBS ‘컴퓨터 정보광장’의 리포터를 시작으로 SBS ‘한밤의 TV 연예’, KBS 2 ‘파워 인터뷰’, MBC ‘출발 비디오 여행’ 등에서 매끈한 진행 솜씨를 보여줬기 때문.
최윤영의 최종 목표는 ‘뉴스 진행자’. 매일 TV와 신문을 꼼꼼하게 챙기며 미래를 준비하면서도 일단은 “뭐든지 잘하는 방송 진행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영화 ‘아멜리에’를 감명깊게 봤다는 그는 “아멜리에처럼 시청자에게 행복을 전하는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말했다.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