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축구구단 대전의 인간승리가 축구팬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지난 96년 시민구단으로 창단한 대전 시티즌은 그동안 한국축구의 산실인 프로축구의 활성화를 위해 온몸을 던져 싸워왔다.
하지만 재정적으로 빈약한 대전 구단은 수퍼스타의 영입이 불가능하고 정상적인 선수수급이 불가능한 관계로 몇몇 선수들의 투지에 의존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해고 과언이 아닌 상황.
특히 올들어서는 유난히 힘겨운 행보가 이어지고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시즌 초반 빈약한 선수층으로 인해 원정 경기를 포기하고 홈경기에만 베스트 멤버를 내세울 수 밖에 없었던 대전 시티즌.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시즌 중 서포터스의 경기장 폭력사태로 인해 안팍으로 액땜을 하느라 분주한 한해를 보냈다. 시즌 성적도 역시 밑바닥.
그러나 11월에 접어들면서 대전구단의 모습은 팬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일단 아마와 프로가 총출동하는 FA컵에서 대전은 강호들을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 25일 일전을 남겨놓고 있다.
대전이 결승에 올랐다는 자체가 사건은 아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멀쩡한 선수가 없는 상황임에도 불굴의 투지로 힘겨운 승리를 거머쥐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 진정한 이유다.
대전 시티즌의 엔트리를 살펴보면 말 그대로 부상병동이다.
최근 안양과의 FA 준준결승에서 한정국이 갈비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비롯해 대부분의 선수들이 부상을 안고 살고 있다.
한정된 인원으로 정규리그를 이끌다보니 자연스럽게 지니게 된 훈장(?).
여기에 대전의 스타 김은중(22)이 실명상태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뭉클해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태호 감독 역시 김은중과 같은 처지이다보니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은 지역과 세대를 초월하고 있다.
또 FA컵 준결승에서 승리를 거둔 직후 이태호 감독이 통곡(?)을 하며 ‘구단에게 할 말이 많다’, ‘선수들이 고맙다’라고 말할 정도로 구단의 지원은 거의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훈련을 위한 뒷바라지는 물론 원정 경기 후 피곤한 몸을 쉴 만한 공간도 없는 것이 대전 시티즌의 실정.
그래도 대전 선수들은 경기에 최선을 다한다.
주어진 환경에 불만을 토로하지 않고 오로지 둥근 공만을 바라보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려 노력한다.
비록 대스타는 없고 정규리그에서 꼴찌에 머무는 등 한국축구을 이끌어나갈 뚜렷한 공로는 없지만 2002년 월드컵을 가능케한 한국 축구의 초석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스포츠는 모든 것을 성적으로 판단한다고 하지만 대전 시티즌의 평가는 성적이 절대 기준이 아니다.
축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
그것만으로도 대전 시티즌은 한국 축구계를 이끌 명문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하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