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강산 온정각. 금강산 관광사업 3주년을 맞아 남북한이 공동으로 열기로 한 기념행사장에서 북한측 인사는 단 한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 정부를 대표할 만한 사람도 없었다.
현대아산 김윤규(金潤圭) 사장 등 현대 관계자들과 관광객 350여명이 썰렁한 행사장에서 서로 눈길을 마주칠 뿐이었다.
“축제 무드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을씨년스럽다”(관광객 A씨)
“3년 전 시작할 때 곧잘 쓰였던 ‘남북 교류를 잇는 위대한 사업’이라는 수식어는 다 어디로 갔는가.”(현대아산 한 관계자)
불과 3년 만에 이 사업은 벼랑끝에 몰려있다.
현대측은 “북측 인사들의 불참은 며칠전에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의 결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북측은 곧 만나 추가로 협의하자는 전갈을 비공식적으로 보내왔다”고 애써 위안했다.
이 행사의 ‘썰렁함’에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내기는 북측 사람들이 더했다.
북측의 한 금강산 안내원은 “금강산 사업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며 기자에게 물었다. 해상호텔 등 부대시설을 지키는 북측 요원은 “전에 배가 4척이나 올 때는 이곳이 굉장했다”며 현대의 최근 사정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금강산 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데엔 현대의 ‘계산착오’와 과욕에 원초적 책임이 있다. 하지만 정부의 주먹구구식 남북교류 추진 방식이 이를 부채질했다. 물론 엄청난 돈이 들어간 금강산 사업이 전혀 쓸데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남북 화해와 교류에 ‘금강산 뱃길’이 적잖은 공헌을 한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 이 남북 뱃길은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이것이 마지막 금강산행이 될지도 모르겠네….”
고향이 이북이라는 70대 부부는 돌아오는 선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동원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