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신탁의 만기를 연장하면서 주가가 오른 틈을 타 자사주를 대거 팔아치우고는 만기연장을 중도해지하는 사례가 잦아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이는 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투자자와의 약속을 어긴 것은 물론 주가 하락을 불러와 개인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히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등록기업인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9월1일과 25일에 이사회 결의를 통해 대구은행(20억원) 한미은행(10억원)과 체결한 자사주 신탁계약의 만기를 각각 12월1일과 12월 25일로 연장하기로 하고 이를 공시했다.
하지만 유나이티드제약 강덕영 사장 등 3명의 특별관계인은 9월말 이후 자사주 신탁만기연장 공시와 탄저병 수혜 등의 재료로 주가가 1000원대에서 3000원대로 급등하자 10월 18일 보유중인 자사주 전량(88만주)을 평균단가 3193원에 장내 매도했다.
이날의 종가는 3100원으로 9월 이후 최고가였으며 이후 주가는 하락해 11월20일 종가는 2210원을 기록중이다.
특히 유나이티드제약은 자사주를 모두 처분한 뒤 자사주 신탁 계약 만기를 두달여 앞둔 10일 29일 자사주 신탁을 조기 해지해 개인투자자의 비난을 샀다.
증권업협회 감리부 관계자는 “통상 자사주를 매도할 때는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나눠 파는데 이번 경우는 보기 드문 매매행태”라며 “자사주 신탁 공시가 나오면 통상 주가가 오르는데 이를 이용해 고가에 자사주를 처분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한국유나이티드 김형래 이사는 “당초 한꺼번에 매도할 생각은 없었으나 9월말과 10월초 탄저병 수혜주로 사자는 세력이 급격히 늘어 전량 매도하게 됐다”며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부채상환용 자금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이 회사는 13년 된 제약회사로 항생제 및 항암제 등 전문의약품을 국내 및 해외에 공급하고 있는 우량 제약사. 올 상반기 매출액은 208억원으로 미국 등지에 생산공장을 준공중이다.
한편 코스닥등록기업인 국순당도 자사주 신탁의 만기를 연장하겠다고 10월4일 공시한 이후 대주주인 배중호 사장이 6일 후인 10월10일 15만주(27억9000만원)를 평균단가 1만8610원에 장중에 팔아치웠다. 이에 앞서 코스닥등록기업인 이테크이앤씨(구 영창건설)도 9월 자사주 신탁 만기를 연장하기로 해놓고 1개월여 만에 중도해지해 버렸다. 이테크이앤씨도 자사주 신탁만기연장을 발표한 시점을 전후로 약 40%가량 주가가 상승했다가 중도 해지 이후 주가가 크게 내렸다.
대주주 매매분석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스코어의 최형택 사장은 “회사 주가를 떠받칠 목적으로 자사주신탁계약을 체결한 뒤 주가가 오른 틈을 타 자사주를 팔아치우는 것은 전형적인 대주주의 모럴 헤저드”라고 지적했다.
상장 및 등록기업이 주가 관리와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금융기관과 신탁계약을 체결한 뒤 맡긴 돈으로 자사주를 사고 파는 제도. 계약 후 최초 3개월은 대주주의 처분이 제한되나 이후에는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 계약 해지는 자사주 신탁이 보유한 주식을 모두 처분한 뒤 가능하기 때문에 만기를 연장하는 사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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