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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 휴스 칼럼]호랑이팀 힘내라

입력 | 2001-11-21 18:30:00


서울과 전주, 광주의 월드컵경기장 개장식에 참석하기 위해 10여일간 한국을 여행하면서 늘상 접할 수 있었던 구호는 바로 “호랑이팀(한국대표팀 별칭) 힘내라”였다.

전주에서 서울까지, 그리고 휴전선 근처의 파주 트레이닝센터를 방문하고 또 제주도에서 광주까지 나는 빠르게 움직이며 개막까지 200일도 채 남지 않은 월드컵의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이제까지 7번의 월드컵과 4번의 올림픽을 직접 현장에서 지켜보았지만 이번처럼 전 시민이 정중하고 친절한 모습으로 환대해주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물론 몇가지 염려스러운 점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한국축구대표팀에 관한 것이었다. 거스 히딩크 한국대표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분명히 차이는 있다. 나는 그것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 차이는 세계축구 상위권과의 격차일 것이다. 94미국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이 보여주었던 스피드와 운동 능력은 대단했다. 그러나 세계축구 상위권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우리보다 많은 것을 보고 있다. 그가 좌절하는 부분은 선수들을 ‘소유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는 대표선수들을 소속팀으로부터 시즌 중간에 틈틈이 소집하고 있다. 그는 대표팀의 조직력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고 투지를 높이기를 바라고 있으며 황선홍 유상철 같은 노련한 선수와 이천수 차두리 같은 신예들을 고르게 기용해 뭔가를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일은 참 힘들어 보인다. 한국선수들은 히딩크 감독을 기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 사실 선수들은 그래야 한다. 히딩크 감독은 9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때 네덜란드대표팀의 주축이었던 에드가 다비즈를 쫓아낸 적이 있다. 이유는 다비즈가 팀을 위해 플레이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한국대표팀이 세네갈에게는 지고 크로아티아에게는 이기는 경기를 지켜본 뒤 나는 히딩크 감독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3명의 수비를 배치하는 3-4-3 진용의 네덜란드식 축구를 한국축구에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위험하지 않느냐”고.

히딩크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내가 네덜란드대표팀이나 레알 마드리드 감독 시절 추구했던 것을 고집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분명 한국선수중에는 세계 톱수준의 플레이를 할 말한 재능을 갖춘 선수들이 있으며 내 스스로 그들의 재능에 맞추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한국선수들이 아프리카나 유럽, 남미선수들에 비해 체력적 열세가 있는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자신감을 갖게 하는 부분은 어떤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형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한국인들의 ‘정신력’이다. 3개월 전만하더라도 파주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곳에는 세계 어느 곳 보다 훌륭한 축구 트레이닝센터가 들어서 있다. 또 지금 세계 어느 경기장보다 훌륭한 월드컵경기장을 8개나 개장했다. 이러한 한국인의 저력은 다시한번 “호랑이팀 힘내라”라는 구호를 떠올리게 한다.

감히 내가 세네갈, 크로아티아와 평가전을 가진 한국대표팀을 평가하자면 세네갈전에서 한국대표팀의 경기 운영 능력은 영 부적절했다. 당시의 경기 내용이라면 16강 진출 목표 달성은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로아티아전에서 한국의 승리는 운이 따랐다는 느낌이었다. 한국선수들이 엄청난 투지와 날카로운 패싱력을 선보인 것은 아주 좋았으나 크로아티아는 다보르 수케르와 알렌 복시치 등 주전 스타들이 빠져있었다.

크로아티아와의 2차전에서는 최용수의 환상적인 골이 백미였다. 히딩크 감독은 이날 최용수의 골이 본능적인 감각과 재능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가지 개인적으로 염려스러운 부분은 관중의 무질서였다. 경기에 열광하고 환호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좋은 광경이다. 그러나 경기장은 관중들로 넘쳐나고 어린이들이 이곳저곳 뛰어다니고 있었으며 특히 광주월드컵경기장의 경우 어린이들이 복도를 막고 계단으로 몰렸다.광주경기장에서 나는 “광주 시민여러분, 우리는 문화 국민입니다. 제발 잔디에서 나가 주세요”라는 방송을 들어야 했다.(내가 이 말을 어떻게 알아들었냐구요? 불과 1주일만에 한국어를 배우지는 못했지만 통역하는 분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죠.)

한국대표팀의 평가전을 관전한 뒤 서귀포월드컵경기장을 방문하고 나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곳에 이처럼 아름다운 건축물이 들어선 것은 경이였다. 서귀포의 약천사라는 절을 방문했을 때 주지스님인 성공스님과 축구와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스님은 축구를 즐긴다고 했다. 정말 한국은 축구 열정을 가진 나라였다.(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

robhu@compuser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