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똑같아서는 앞설 수 없다.”
20일 밤 BMW아시안오픈골프대회의 선수 공식숙소인 대만 타이베이 근교 타시골프장의 웨스틴리조트. ‘피지의 흑진주’ 비제이 싱(38)은 아이언을 한아름 안고 호텔 밖으로 나갔다. 달밤에 몸이라도 풀려 했을까. 실제로 싱은 골프 연습장에서 1시간 넘게 샷을 가다듬었다. 이날 오후 가진 연습라운드에서 잘 안됐던 부분을 바로 잡으려 했던 것. 21일 프로암대회 때도 티오프 바로 직전까지 마치 실전처럼 진지하게 수도 없이 퍼팅 연습을 했다.
싱이 심야훈련을 하던 비슷한 시간에 ‘남반구의 스타’로 불리는 마이클 캠벨(32·뉴질랜드)은 텅 빈 호텔 헬스클럽에서 운동기구와 씨름을 했다. 티셔츠가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린 뒤 캠벨은 “웨이트트레이닝은 부상 예방과 체력을 기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똑같이 섬나라 출신으로 어렵게 골프를 배운 싱과 캠벨은 둘 다 ‘연습 벌레’로 불린다. 싱은 메이저 2승을 포함해 미국PGA투어 통산 9승을 올렸으며, 캠벨은 유럽과 호주 투어를 합해 8승을 거뒀고 최근 끝난 월드컵골프에서는 뉴질랜드 대표로 출전해 플레이오프 끝에 아깝게 우승을 놓쳤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골프만을 생각한다는 싱과 캠벨은 세계 정상급 골퍼의 자리를 거저 얻은 게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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