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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석]"FA시장의 두 시각"

입력 | 2001-11-22 10:49:00


미국이나 한국이나 겨울철을 맞이하여 FA시장이 후끈거리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FA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선수는 배리 본즈(37.샌프란시스코)와 제이슨 지암비(30.오클랜드 어슬레틱스), 그리고 박찬호(28.다저스).

한국에서는 양준혁(32.LG), 전준호(32.현대) 등이 FA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배리 본즈나 지암비는 박찬호와 같은 배를 타느냐 마느냐 때문에 국내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최대의 관심사는 박찬호의 거취 문제.

또 어느 팀으로 가느냐만큼 중요한 돈도 최대의 관심사다.

시즌 중반까지 2000만달러에 달하던 그의 예상연봉은 지금은 1500만달러까지 떨어져 있지만 박찬호 본인은 1700-1800만달러까지 생각하고 있는 눈치.

박찬호의 이런 행보에 대해 국내 야구팬들은 거의 일방적인 성원을 보낸다.

‘무슨 1700만달러냐, 2000만달러까지 요구하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물론 다저스에서는 1500만달러에 못을 박고 더 이상의 협상을 진행하지 못했다.

국내에서 최대 이슈거리를 만들고 있는 양준혁은 총 36억원을 불렀다.

박찬호에 비하면 아주 적은 금액이지만 국내 프로야구 현실을 감안하면 거의 천문학적인 연봉을 요구한 셈.

흥미로운 것은 문제(?)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양 구단의 반응이 거의 동일하다는 점이다.

LA 다저스 역시 우선협상기간에 아무런 접촉을 하지 않았고 1500만달러 이내일 경우 박찬호 잡기에 관심을 갖겠다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양준혁의 LG 역시 1차적으로 포기선언을 한 상태.

36억원이라는 거액은 타 팀에서도 접근하기 힘든 금액이기 때문에 시간을 좀 더 갖더라고 마땅히 나설 팀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행한 행동이다.

이 시점에서 더욱 흥미로운 것은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팬들의 반응.

국내 대부분의 팬들은 박찬호가 1500만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다저스에 남길 원하지 않는다. 빈약한 타선으로 인해 고생하는 박찬호가 무지하게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또한 박찬호의 연봉을 깍기 위한 구단과 언론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팬들은 박찬호가 최소 1700만달러의 연봉에 우승 가능한 팀으로 이적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한편 양준혁의 행위에 대해서는 언론보다 더욱 날카로운 비평을 퍼붓고 있다.

지금도 최고의 연봉을 받고 있는 양준혁이 36억원이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시하자 거의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언론에서 비판을 가하기도 전에 이미 국내 프로야구의 질서를 뒤흔들고 사회적인 위화감을 조성한 행위로 판단, 일찌감치 구단쪽 손을 들어주고 있는 분위기.

박찬호를 생각할 때는 프로선수가 보다 좋은 조건에서 보다 많은 연봉을 받으며 선수생활을 해야한고 생각하지만 양준혁에 대해서는 너무 앞서가지 말았으면, 또 현실을 무시하고 거품만 만들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양준혁이나 박찬호, 모두가 프로의 세계에 몸담고 있는 선수들이지만 그 활동무대가 어디냐에 따라 팬들의 생각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선수들이 외국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