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막을 내린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내내 가장 눈길을 끌었던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였지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은 ‘나쁜 남자’의 야한(?) 포스터였습니다.(영화는 별로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
멋진 몸매의 젊은 여자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화장대에 앉아있는 뒷모습을 담은 강렬한 이미지의 포스터였죠. 제작사인 LJ필름측은 이 포스터를 통해 ‘고품격 에로티시즘’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근데, 고품격 에로티시즘은 뭐죠? --;)
당연히 그 포스터가 보고 싶으시겠죠? 하지만 거리에선 보실 수 없습니다! ㅠ_ㅠ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에서 “어림도 없다”며 ‘퇴짜’ 맞았기 때문이죠. 영화 포스터는 거리에 내걸리기 전, 반드시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뒷모습이라고는 해도 ‘완전 누드’는 안된답니다. 그래서 제작사측은 얼마전 엉덩이를 천으로 살짝 가린 새 포스터를 만들어야 했지요.
그럼, 부산에서는 어떻게 심의를 통과 못한 포스터가 걸릴 수 있었냐고요?
국제영화제는 지금까지 관행상 심의에 관한한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이기 때문이죠.
영화사들은 포스터의 심의 기준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자의적이라고 불만스러워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심의는 있어야 한다고 믿지만, 각 분야마다 일관된 잣대와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전인가요, 영화 ‘홀리데이 인 서울’의 포스터 카피가 심의에서 짤렸습니다. 호텔 엘리베이터를 배경으로 한 이 포스터의 카피는 ‘엘리베이터에서 해봤어요?’였지요.물론 ‘불경한’ 상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였겠죠.
그런데 이상하죠? 비슷한 무렵에 방송에서 쏟아졌던 가수 박진영의 노래 ‘엘리베이터’에는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엘.리.베.이.터.안에서 우린 사.랑.을.나.눴.지”.
저는 이 노래 가사를 들으면서 ‘불경한’(?) 상상을 했는데요. 〓^^〓. ‘보는 것’이 ‘듣는 것’보다 더 야하다는 것은 심의하는 분들만의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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