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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재의 영화이야기]기획사 '신씨네' 도전정신 본받을만

입력 | 2001-11-22 18:31:00


내가 ‘신씨네’에 들어간 것은 1993년이었다. 당시 ‘신씨네’는 영화 ‘결혼 이야기’로 성공을 거둔 영화 기획사였다. 회사의 시스템을 제작사로 바꾸면서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고 나도 거기에 합류한 것이다.

‘기획시대’의 유인택 대표, ‘시네마서비스’의 강우석 감독, ‘영화사 봄’의 오정완 대표, 최근 부산에서 영화사를 설립한 이문형 대표가 모두 ‘신씨네’에 모여 있었다. 그뿐이랴. 당시 서울 혜화동에 있던 신씨네 사무실 아래층에는 이재용, 이광모, 김성수, 장기철 감독 등이 열심히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아무튼 지금도 그때의 인연으로 이곳저곳 영화사에서 마주치는 ‘신씨네’ 출신들은 언제나 고마운 선배고, 반가운 후배다.

특히 신철 사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트렌드를 짚어내고 ‘흥행 홈런’을 때리는 데는 자타가 공인하는 1인자다. 난 ‘신씨네’ 작품중 ‘결혼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 그 시나리오는 오랜 리서치와 20여차례의 보완 끝에 탄생했다.

프로듀서는 세상을 읽어내는 감각을 갖고 있어야 하지만 아무나 그런 ‘특혜’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철이 형의 탁월한 감각은 프로듀서라면 누구나 부러울만하다.

처음 ‘신씨네’에서 ‘구미호’라는 영화를 하면서 컴퓨터그래픽 장비를 하나 둘 사들일 때만 해도 한국 영화가 블록버스터 시대를 맞고 컴퓨터그래픽이 영화의 필수 요소가 될 것으로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신문에서 신씨네의 아이템을 접하면서 역시 철이 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로보트 태권V’에 이소룡 아이템까지…. 그 답게 새롭고 도전적인 아이템이다.

한국 영화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고 하지만 한편에서는 퇴보하고 있다고 말도 나온다. 감독이나 제작자 모두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중이다. 그러나 고민은 혼자 끙끙 거리지 말고 관객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게 그동안 신씨네가 보여준 해법이 아닐까 싶다.

차승재 (싸이더스 대표)tcha@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