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의 복제문제(위)와 문제가 제기된 미토콘드리아.
복제 아기는 핵을 준 아버지와 난자를 준 어머니 중 어느 쪽 유전자를 가질까. 올해 수능 과학탐구 문제에 따르면 답은 아버지다. 그런데 최근 일부에서 어머니도 닮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이 된 과학탐구 8번(인문계, 자연계는 45번)에서는 쥐 A의 체세포 핵을 쥐 B의 핵이 제거된 난자에 주입한 뒤 쥐 C의 자궁에 착상해 복제된 쥐에 대한 설명 중 옳은 것을 묻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제시한 답은 ‘② 쥐 A와 같은 유전자를 가진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엄밀히 말하면 ‘④ 쥐 A와 B의 형질을 동시에 가진다’가 정답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복제된 쥐가 가진 유전자의 대부분은 쥐 A의 핵에 들어있는 유전자이지만, 쥐 B의 난자 세포질 속에 들어있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복제과정에서 섞여들어가기 때문에 ④ 번도 정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희여고 박찬규 교사 등 2명이 이 문제에 대해 최근 이의를 제기했다. 또한 인간복제를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는 이탈리아의 생식의학자 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도 복제된 아기는 어머니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도 받기 때문에 완벽한 ‘복제’가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에너지 생산을 맡는 소기관으로 이 기관의 유전정보는 세포의 핵이 아니라 세포질의 미토콘드리아 자체에 내장돼 있다. 일반적으로 복제된 동물의 유전자 가운데 1∼3%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이며, 표현형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1% 미만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과정평가원은 “고교 교과과정에서 ‘형질’은 핵 유전자의 형질 발현을 의미하는 ‘표현형’을 의미하기 때문에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아예 교과과정 밖이라는 것.
서울대 의대 이홍규 교수는 “유전자와 형질이란 용어를 함께 사용해 문제를 까다롭게 비틀었지만 답은 평가원이 제시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그러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등 질병과 수명에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미토콘드리아는 정상적인 수정 과정에서는 수정란의 분화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데 사용되지만 복제에서는 성체에서 추출한 체세포 핵을 정자와 같이 분화초기 상태로 돌려놓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한우의 체세포 핵과 젖소의 난자로 복제된 소는 한우로 태어나지만 나중에 새끼를 갖게 되면 젖의 양이 한우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등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영향이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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