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01년이 저물어간다. 요 몇 년간 인터넷을 비롯한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른 사회의 변화는 나처럼 변화의 핵심에 있는 사람조차 정신을 차리기 힘들 만큼 급격했다.
지금까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네트워크 경제에서의 주도권을 가지려고 서로 무한경쟁을 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런 경쟁의 폐해가 가져온 시장경제 체제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타개할 대안을 찾아야 할 시기다.
‘합리적인 미치광이’(중앙M&B·2001)의 저자 아탈리는 그 대안으로 ‘형제애(fraternite)’를 제시한다. 형제애를 바탕으로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윈윈 게임’의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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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경쟁이 지배하는 경제에서는 남이 좋지 않아야 나에게 이익이 되지만 다가올 사회에서는 남이 잘 되도록 돕는 데에서 이익을 얻게 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는 혼자서 모든 정보와 경제적 자원을 독점해야만 이익이 극대화되었으나 앞으로 다가올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각자가 타인의 성공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결집시키면서 더욱 풍요로운 가치를 지니는 것은 포털사이트의 카페나 메일서비스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탈리의 주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소수의 사람들이 독점하는 서비스와 수 천만의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메일을 교환하는 서비스, 어디가 더 풍요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아탈리는 “형제애란 이처럼 남이 행복해지도록 돕는 데에서 자기의 행복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주장하는 유토피아란 이처럼 합리적인 주체들이 열정과 광기를 가지고 타인의 행복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자신의 행복을 증대시키는 “합리적인 미치광이”들이 주도하는 곳이다.
아탈리는 스스로 인류의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자도 비관주의자도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그가 유토피아를 동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말한대로 많은 사람들이 기술과 상관없이 각각의 다양성과 이타주의를 추구하면서 자신도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이상사회는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나 역시 아탈리처럼 기술문명의 발전이 곧 이상향을 실현시킬 것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본성이 잘 발현되고 각각의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자신도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이상향이 건설되었으면 좋겠다. 네트워크 사회가 유토피아를 향한 좋은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하지만 때로는 아탈리의 형제애론이 희망사항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기도 한다. 합리적인 사람들도 많고 미치광이도 많지만 “합리적인 미치광이”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현 시대를 좀 더 잘 이해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미래에 대한 차가운 고민을 시작하는 단초를 제공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재웅(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