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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 블랙박스]방송사 대신 술집 출근…'팁' 출연료로

입력 | 2001-11-26 18:46:00


어느 스포츠 신문에서 탤런트 K양이 강남의 모 룸살롱에서 마담으로 일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일반인들은 ‘꽤 알려진 연예인이 왜 술집에 나갈까’라는 의문을 갖겠지만 실제로 일부 연예인들은 강남 ‘화류계’에 종사하고 있다.

물론 톱스타의 경우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활동을 했던 연기자들도 어쩌다 한 명 정도 있고, 각 방송국 공채 탤런트 출신은 종종 발견되며 CF나 드라마 오디션 등 연예계에 문을 두드리다 온 경우는 제법 많다. 어찌 보면 고급 룸 살롱이라는 곳이 연예계 진출을 노리다 실패한 ‘반반한 미모’의 여성들이 돈이나 벌어보자는 허영심을 채우기엔 아주 적합한 곳이기 때문이다.

사실 연기자가 되더라도 일부 인기 스타를 제외하면 돈벌이는 쉽지 않다. 실례로 방송국 공채 탤런트의 경우 이들이 치열한 관문을 통과해 기쁨의 눈물을 흘리지만 당장 형편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방송국에서 주는 적은 월급을 받으며 어쩌다 한 번 드라마에 출연하고 받는 수당은 회당 6∼7만원 정도. 물론 장동건 심은하처럼 공채로 뽑히자마자 불과 몇 달만에 스타로 떠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정말 가뭄에 콩 나듯 일어나는 일이다. 대부분의 공채 탤런트들은 스타의 꿈을 안은 채 약 1∼2년동안 묵묵히 단역으로 출연하며 늘 준비된 연기자로서 시동만 걸어놓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이들이 겪는 생활고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무늬만 탤런트이지, 거리에 나서도 알아보는 이 하나 없는 이들은 탤런트 시험에 합격하고 친구들에게 한 턱 내느라 쓴 카드 값도 못 갚아 쩔쩔 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다행히 1∼2년 안에 주목 받아 광고라도 찍고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하면 등급이 올라가 출연료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그야말로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코너에 몰릴대로 몰린 무명 탤런트들이 거액의 유혹이 손짓하는 화류계로 빠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10년 전 모 CF에서 깜찍한 외모로 주목 받았던 C양은 방송국 탤런트 시험에 당당하게 합격한 후 몇 년간 꽤 활동을 했지만 인기가 사그러들자 화류계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어느날 고객과 시비를 벌이다 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일이 시끄러워지자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다.

술집 아가씨 출신이지만 늘씬한 몸매에 서구적인 외모, 가창력까지 갖췄던 모 여가수는 한때 혼성그룹에서 활동하다 주목받지 못하자 자신의 고향인 화류계로 돌아갔다. 독하게 마음을 먹은 그는 미모와 가창력을 앞세워 악착같이 돈을 모은 뒤 얼마전 평범한 남자에게 시집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유명 감독 7명이 모여서 만들었던 모 옴니버스 영화에 출연했던 7명의 여자 주연 배우 중 3명이 지금 강남 술집에서 주연급(?)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매일 저녁 미용실에서 머리손질과 메이크업을 받으며 방송국 분장실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갖고, 술집에 출근해서 수많은 손님들 앞에서 박수와 환호를 받으면서 마치 카메라 앞에 서 있는 착각 속에 빠지고, 퇴근할 때 카운터에서 주는 팁을 그 날의 출연료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말이다.

김영찬nkja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