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감성파 광고’가 뜨고 있다. 광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품의 장점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이성파 광고’ 대신 사랑 행복 우정 등 인간 본연의 가치를 앞세우는 광고가 오히려 각광받고 있는 것.
특히 요즘처럼 경제 상황이 어렵고 날씨까지 추운 시기에는 감성파 광고가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풀어주는 효과가 높아 광고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선보인 대우증권의 사이버투자 시스템 ‘베스트이지 Q웨이’ 광고는 영화배우 신현준을 기용해 컴퓨터시스템이라는 딱딱한 주제를 감성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창을 통해 은은한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에서 턱을 괸 채 편안하게 미소짓는 신현준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카메라가 빠지면 거실에서 노트북으로 사이버투자를 즐기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 종전의 증권사 사이버트레이딩 광고가 시스템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기능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 광고는 주고객인 20, 30대층의 정서를 파고들고 있다.
삼성전자의 벽걸이TV ‘파브’ CF에는 늘씬한 팔등신의 미녀가 등장한다. 벽에 걸린 액자 스타일의 TV 속에 앉아있는 여자. 새 한 마리가 날아오고 영화 ‘바그다드 카페’의 주제곡이 흐를 때 여자 모델이 옆으로 발을 길게 뻗으면 화면이 함께 옆으로 늘어난다.
한때 ‘숨겨진 1인치를 찾았다’며 화면 크기를 내세우던 와이드TV 광고와 비교하면 발상의 전환이 느껴질 정도로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터치. 우아한 미녀 모델을 통해 넓은 화면과 제품의 품격을 강조한다.
가전 3사의 양문닫이 냉장고인 ‘디오스’ ‘지펠’ ‘클라쎄’도 감성파 광고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문단속’ ‘칸칸’ 등의 카피로 제품의 기능적 특성만을 요란하게 자랑하던 냉장고 광고가 여자의 행복, 연인 등의 감성적 컨셉트로 바뀐 것.
현대자동차의 스포츠카 ‘투스카니’ 광고도 자동차 광고로는 드물고 감각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광고에서는 까만 선글라스를 쓴 근육질의 흑인 모델이 속도를 높이는 자동차의 엔진소리에 맞춰 러닝머신 위를 질주한다. 사람의 몸체와 자동차를 대비시켜 주소비층인 젊은이들에게 속도감과 열정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가로수가 길게 뻗은 도로를 미끄러지듯 주행하거나 굉음과 함께 바람을 일으키며 달리는 자동차를 등장시킨 기존 광고와는 사뭇 다르다.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장인 문달주 국장은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는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논리적인 광고보다 훨씬 크다”며 “인간 공통의 가치를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세대별로 욕구가 다른 소비자들에게 폭넓게 호소하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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