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사건 사고를 드라마 형식으로 재연하는 MBC ‘우리시대’(목 오후 7·25)가 가족시청 시간대에 부적절한 내용을 다뤄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4월 신설된 이 프로가 그동안 다뤘던 소재는 호스트 바, 여대생의 영아유기, 티켓다방에서 일하는 미성년자, 고교생의 급우 살인 등 지극히 선정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우리시대’는 지난주 아내에게 무리한 혼수와 성형수술까지 강요하고 아내를 구타한 한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재연 과정에서 남편의 요구로 유방확대 수술까지 한 아내가 구타를 당하는 장면이 방영됐고, 구타로 인한 수술 부작용을 보여주기 위해 상반신을 벗은 피해자의 사진이 공개됐다.
15일에는 바람을 피운 아내가 남편을 정신병자로 몰아 기도원에 감금시킨 사건을, 지난달 25일에는 영화 ‘친구’를 40여차례나 본 한 고교생이 수업중 교사와 친구들이 보는 가운데 동급생을 칼로 찔러 숨지게한 사건이 다뤘다.
선정적 내용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내용이 청소년들이 TV를 보는 가족 시청 시간대에 편성돼 있다는 것. 이는 청소년의 모방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에 심각한 파장이 우려된다.
지난달 11일에는 용돈을 주지 않는다며 손자가 할아버지 앞에서 막대기로 기물을 부수는 등 행패를 부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총을 빼앗아 경찰관을 살해하는 장면을 느린 동작으로 재연했다.
한 시청자는 “청소년들이 주로 TV를 시청하는 이 시간대에 범죄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청소년들이 이런 범죄를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또한잠재적인 범죄자들에게는 신종 범행수법을 생생히 묘사해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범죄 재연프로가 모방범죄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3년 시작된 MBC의 범죄재연 프로 ‘경찰청 사람들’ 역시 비슷한 시간대에 편성돼 이같은 위험성이 논란이 됐고, MBC는 공영성 강화 차원에서 이 프로를 99년 폐지했다. 그러나 2년여만에 동일한 시간대에 다시 등장한 것.
이종현 담당 CP는 “편성 시간대를 고려할 때 프로그램 소재가 다소 선정적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일이며 우리시대가 얼마나 병들어있는지 시청자들에게 경종을 울림으로써 좀더 밝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