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작품들이 고국의 장애인들을 위한 재활사업에 작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29일 오전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은평천사원의 한 사무실. 중국 동포 원로 화가인 김영호(金永鎬·70)씨가 가로 세로 각각 1m 크기의 화폭에 백두산의 풍경을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쪽에는 작업이 끝났거나 마무리 작업 중인 작품 수십여점이 쌓여 있었다.
김씨는 오랫동안 중국 화단(畵壇)의 주목을 받아온 저명한 서양화가. 1940∼50년대 중국과 북한에서 미술공부를 한 김씨는 30년 넘게 중국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으며 중국미술가협회 회원과 중국옌볜(延邊)미술가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10년 전 고국을 처음 방문해 첫 개인전을 열었을 때는 국회와 청와대, 대기업 등에서 그의 작품을 사들였다. 일부 작품은 1만달러(약 1300만원)가 넘는 고가에 거래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 뒤 김씨가 고국을 다시 찾은 것은 지난해 말.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 당시 숙소를 제공해준 은평천사원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은평천사원측이 99년 말부터 국비와 시비의 지원을 받아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장애재활체육센터를 건립 중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자신의 작품으로 건축기금을 지원할 뜻을 밝힌 것.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이 생활하는 고국의 많은 장애인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가 한국에서 1년간 머물며 작품 활동에 전념해 완성한 작품은 줄잡아 40여점. 내년 6월까지 총 100여점의 작품을 완성해 은평천사원측에 기증할 계획이다. 은평천사원측은 기증 받은 작품들을 전시 판매해 재활체육센터 건립기금으로 충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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