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과 용인시 수지읍 죽전리 경계에 있는 중앙하이츠 아파트 진입로의 차량통행 문제를 둘러싸고 성남시와 용인시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용인지역 난개발로 교통난이 가중되면서 불편한 관계를 보여온 성남시는 최근 “용인시가 사전협의도 않은 채 멋대로 아스콘으로 포장했다”며 폭 6m인 이 진입로(길이 100m) 중 성남지역 부분 10여m를 폐쇄했다.
이에 대해 용인시는 수년간 사용해오던 진입로를 폐쇄한 것은 위법이라고 맞서고 있다.
또 죽전리 중앙하이츠 아파트 100여가구 입주자들은 조만간 성남시를 상대로 통행금지 가처분신청 등을 제기할 계획이다.
▽진입로 문제〓용인시가 지난달 중앙하이츠 아파트 진입로를 아스콘으로 포장하자 인근 구미동 무지개마을 대림아파트 주민 등이 발끈하고 나섰다.
19일 ‘용인죽전지구 불법도로저지대책위원회(위원장 권혁길)’를 구성한 구미동 주민들은 “중앙하이츠 아파트 차량뿐만 아니라 인근 43번 국도를 이용하는 죽전지역 차량들이 이 진입로를 통해 분당신도시로 들어올 것으로 우려된다”며 도로 폐쇄를 성남시에 요청했다.
성남시는 이에 따라 용인시가 사전협의 등 정당한 행정절차 없이 도로를 포장한 것은 불법이라며 22일 이 도로 끝부분에 인도를 설치하고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작은 돌기둥들을 세웠다.
▽양측 주장〓용인시는 이 도로는 분당신도시 개발 때부터 사용해온 ‘현황도로’(법정도로는 아니나 상당수 주민들이 이용하는 사실상의 도로)로 비포장이던 것을 아스콘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용인시는 현황도로는 법정도로로 고시된 것은 아니지만 다수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어 사실상 법정도로나 마찬가지로 인정되고 있는 도로라고 주장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신설 도로라면 도로법에 따라 성남시와 사전협의를 했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중앙하이츠 주민들도 “도로가 폐쇄된 뒤 서울 방면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30여분씩 우회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당장 원상복구하지 않으면 법원에 통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성남시를 현황도로 불법폐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는 “남의 땅에 사전 협의도 없이 아스콘을 포장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성남시는 또 “분당 주민들은 분당신도시 건설 때 1조7000억원이라는 도로조성 비용을 부담한 반면 용인지역은 한푼도 내지 않고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수도권 남부 광역도로망이 확충되기 전까지는 이 진입로 사용에 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망〓경기도 관계자는 “현황도로는 대법원 판례에서도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도로를 막은 것은 잘못”이라며 “그러나 남의 땅에 아스콘을 포장한 용인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양측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는 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성남시나 용인시 모두 양보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예상돼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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