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인 장애인은 태어나지 않을 권리가 있다.’
28일 프랑스 최고법원이 내린 판결이 새로운 윤리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프랑스 최고법원은 이날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남자 아이 리오넬(가명·6)에 대해 그의 출산을 담당한 의료진은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리오넬의 엄마는 임신 중 자신을 진찰한 의사가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리오넬의 장애를 발견했다면 낙태했을 것이라며 장애를 안고 태어남으로써 리오넬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었다. 프랑스에서 낙태는 법으로 허용돼 있다.
리오넬의 엄마는 이미 1차 배상금을 지급 받았으나 최고법원은 이날 리오넬의 태어나지 않을 권리를 인정하며 배상금 증액을 명령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장애인 단체들은 “국가가 장애인으로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낫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도 “태아 건강에 조금만 의심이 들어도 나중에 소송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낙태를 권해야 한단 말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11월 큰 논란을 일으켰던 ‘니콜라 페뤼슈’ 판결을 재확인한 것.
당시 법원은 의사가 임신부의 풍진을 발견하지 못해 심각한 뇌 손상을 안고 태어나 17세가 된 소년 페뤼슈의 배상 받을 권리를 인정했다. 페뤼슈 판결에 대해서도 장애인 단체들은 항소를 제기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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