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에 삼치 떼가 솟구쳐오르는 모습은 가위 장관이다. 청명한 햇빛 아래 물결을 가르며 수백 마리씩 뛰어오르는 모습은 동해안의 밍크고래 떼나 더 멀리는 남태평양의 참치 떼가 솟구치는 모습같이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한다.
여수항에서 페리호를 타고 내항인 초도항을 벗어나면 거문도 외항인데, 이쯤에서 삼치 떼를 만날 수 있다. 때문에 초도항의 의성리에는 한국 제일의 삼치 정치망이 아직도 건재하다. 이른바 거문도 먹삼치다.
삼치는 늦여름에서 겨울까지 가장 많이 잡히는 생선이다. 등푸른 생선으로 노약자나 어린이에게 좋은 EPA, DHA와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여 성인병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 값은 저렴하면서 고등어보다 맛이 고급스러워 일식 전문점이나 퓨전음식에서 선호하는 식품이다. 회나 구이 또는 삼치커틀릿, 삼치데리야키구이, 심지어는 삼치감자구이, 삼치마요네즈구이 등 다양하다. 단백질과 지방질, 칼슘이 많은 반면 당질은 거의 없고 다른 생선과 달리 구우면 영양가가 증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칼슘보다 인의 양이 10배 더 많고 고등어와 더불어 암 예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산성으로 무기염류는 적은 편이다.
삼치는 우선 살이 흐벅져서 좋지만 갈치처럼 성깔이 급해 양식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삼치집을 내려면 거문도항에서 서울까지 반입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아 여수항쯤에 내는 게 좋다. 요즘은 서울의 영덕대게찜에 알래스카산 대게가 판을 치듯, 서울에서는 ‘짜가’가 섞여들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치’자 돌림 생선은 성깔이 급해 유통기간이 짧은 탓이다. 여수 시청(여천, 제1청사) 뒷골목에는 금비늘 삼치집(김진서·061-691-6633)이 있는데, 거문도에서 주낙으로 잡은 삼치가 직접 배송되어 언제나 싱싱한 회와 구이를 즐길 수 있다. 초도 출신인 김진수 사장은 “삼치야말로 불포화 지방산으로 아무리 흐벅지게 먹어도 배탈이나 숙취가 없어 좋다”고 자랑삼는다. 직접 칼을 잡아 인건비를 줄이기 때문에 값도 그만큼 저렴하다.
또 바로 먹는 것보다 얼음 속에서 숙성해야 단맛이 배어 맛이 좋다고 설명한다. 맛은 참치처럼 뱃살, 둘째로 꼬리살이 좋고 등살은 하급품에 든다고 한다. 다만, 참치에서 맛좋다는 아가미살(가마살)이 없는 게 특징이다. 여름 삼치살은 물러 맛이 덜하고 11월에서 겨울철 삼치가 가장 맛있다. 거문도 먹삼치는 크기에 따라 이름도 다양하다. 고등어보다 작은 것을 ‘고시’, 그만한 크기 이상은 ‘야나기’라 하고, 1~3kg의 것을 삼치라 하는데 이 먹삼치가 가장 맛이 좋다. 김사장은 색깔만 보고도 이것이 내항에서 잡은 것인지 외항에서 잡은 것인지 금방 식별해낸다. 배가 검은 것은 먹삼치고 찰진 맛이 크기나 색깔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란다.
칼집 넣은 삼치 뱃살구이와 선홍색을 띤 삼치 뱃살회는 동시에 먹을 수 있어 좋고, 해묵은 김치에 횟살을 싸먹는 방식은 섬 지방에 오랫동안 전해오는 습속이기도 하다. 이는 흑산도의 곰삭은 홍어와 해묵은 배추김치 그리고 돼지고기를 쌈싸 먹는 ‘목포 3합’과 같은 뿌리 깊은 습속이다. 섬 지방에 돼지고기가 귀했던 데서 연유한 것이다. 진주나 삼천포항에 가면 두부를 조포라 부르는데 ‘조포 3합’이라 칭하는 것이 이것이고, 거문도에선 ‘삼치 3합’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단백질과 지방질의 섭취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음식 궁합인 듯하다. 마치 산간 지방에서 고추와 된장 그리고 김치가 3첩반상을 대신하는 이치와 같다.
또한 삼치의 흐벅진 뱃살을 이용하여 삼치야채볶음이나 버섯삼치구이, 삼치깐풍 등 퓨전음식으로 선보이는 신종 삼치집들이 늘어나는 것도 홍어 살만큼이나 삼치에도 흐벅진 살이 많기 때문이다. 단, 흠이라면 이빨을 가는 참복도 양식장에서 길러낼 수 있는데 삼치 양식은 아직 안 된다는 점이다. ‘금비늘 삼치집’에서는 이에 대비해 은갈치조림과 은갈치회도 새롭게 개발해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