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고 있다.
바람은 칼날처럼 날카로워져 살속을 파고 들고, 마음은 호수의 얼음처럼 굳게 얼어 붙는다.
혹 이웃이 있고, 주위가 있기에 자신의 삶이 빛나고 더욱 살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없어지거나 불행해져야 자신의 삶이 더욱 나아질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 나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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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럽다.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인가, 이런 문제에 대하여 해답을 시사하는 책 중 하나가 포리스터 카터가 지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아름드리·1996)로 원제는 ‘The Education of Little Tree’(작은 나무의 교육)이다.
이 책은 부모를 모두 여읜 다섯살짜리 체로키 인디언 소년인 ‘작은 나무’가 그의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인가를 배우는 이야기다.
‘작은나무’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계절의 흐름에 따라 나무나 산새 등 자연이 어떻게 적응하는 지를 배운다. 또 인간은 그것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는 지, 삶에 필요한 것들은 어디서, 얼마 만큼 가져가야 되는 것인지도 배운다.
그리하여 ‘작은 나무’는 존재하는 것들은, 그것이 사람이든 자연이든 모두 존재할 이유가 있으며, 그것들은 한결같이 다른 존재들에 대하여 도움을 주고 은혜를 베푼다는 것도 알게된다. 그러기에 서로 도와야 한다는 것과 베품과 고마움의 진정한 의미도 깨우치게 된다.
그러나, 문명의 우월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힌 백인정부는 시민으로 교육시킨다는 명분으로 ‘작은 나무’를 학교라는 울타리로 끌고 간다. 그렇지만, 작은 나무가 학교에서 경험하는 것은 제도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핑계로 한 무자비한 폭력과 증오뿐이다.
이 책에는 인디언들이 세대를 이어오면서 전해 내려오는 지혜로운 삶의 방법들이 그대로 녹아 있다. 삶을 영위하는 방법에는 비록 그것이 인간과 자연 사이라 하더라도 차별이 있을 수가 없기에 미움과 시기, 오만과 위선, 이기주의와 폭력 따위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사변적인 논리의 나열이나 공허한 언어의 유희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익살스러운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떠 올렸다가는 가슴절인 이야기에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말하자면, 문명에 때묻지 않은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감동적인 필치로 가슴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말그대로 영혼을 따뜻하게 한다.
혼란스럽고도 살벌한 이 겨울에 아코디언 소리에 아련히 실려오는 고향노래 같은 이야기다.
김진태(대검찰청 검사·수월스님 평전 ‘달을 듣는 강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