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美프로야구]찬호 "윈터미팅때 보자"

입력 | 2001-12-01 23:04:00


‘폭풍전의 고요함’일까, 아니면 ‘무관심’일까.

올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박찬호(28·LA다저스)에 대한 미국내 구단과 여론의 관심이 예상외로 시큰둥하다. 시즌 초 박찬호가 FA가 되면 사상 첫 2억달러 투수로 탄생할 것이라는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측의 기대와는 영 딴판이다.

소속팀인 다저스와의 15일간 우선협상기간이 끝난 뒤 21일부터 다른 팀과 협상 창구를 열어놨지만 11일 동안 아직 구체적인 오퍼를 내놓은 구단이 없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5년계약을 제시했다는 설이 나왔지만 텍사스의 존 하트 단장은 스포츠전문케이블 ESPN의 보도가 나온 다음날 즉각 이를 부인했다.

미국내 언론도 박찬호에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이들은 오로지 뉴욕 양키스로부터 7년간 1억1900만달러의 제안을 받은 거포 제이슨 지암비(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다. 올해 73홈런 신기록을 세운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조차 눈길을 끌고 있지 못하는 형편.

간혹 박찬호에 관한 보도가 나오지만 그나마 긍정적인 내용도 아니다. CBS스포츠라인과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박찬호를 ‘위험 부담이 큰 선수’로 분류했고 USA투데이는 “에이스가 아닌 제3 선발급 투수”라며 평가 절하했다.

박찬호에 대한 눈길이 싸늘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에이스급이라는 신뢰감을 각 구단에 심어주지 못했다는 점. 기복이 심한 박찬호는 홈에서 42승14패 평균자책 2.98, 원정에서 38승30패 평균자책 4.74라는 개인통산 기록이 증명하듯 ‘안방’에서만 잘 던지는 투수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올 시즌 중반 허리부상 의혹을 받은 것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게다가 올 스토브리그에선 각 구단이 ‘스콧 보라스사단’에 대해 반발심을 갖고 있다. 재정 적자의 주요인이 엄청난 선수 연봉인데 그 연봉을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올려놓은 게 바로 스콧 보라스이기 때문.

하지만 이 같은 감점 요인에도 불구하고 박찬호가 올 FA시장에 나온 투수 가운데 1위라는 것은 각 구단과 언론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사실. 따라서 본격적인 협상은 10∼14일 보스턴에서 열리는 단장들의 ‘윈터미팅’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스턴 레드삭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텍사스 레인저스(이상 아메리칸리그)와 LA다저스, 뉴욕 메츠(이상 내셔널리그)가 박찬호 영입 유력 구단으로 꼽히고 있다.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