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기획만 좋으면 예술 영화관도 생존할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 상업 영화에 식상해 있는 관객들이 꽤 많거든요. 실험성이 지나치게 강한 영화만 아니라면, 비주류 영화도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지요.”
서울 광화문의 예술영화 전용관 ‘시네큐브’가 2일로 개관 1주년을 맞았다. 이광모 감독의 영화사 ‘백두대간’이 운영하는 ‘시네큐브’는 소위 돈안된다는 예술 영화를 상영하면서도 개관 첫해 2억여원의 흑자를 기록해 영화계를 놀라게 했다.
그동안 ‘시네큐브’를 다녀간 관객은 약 20만명. 이곳에서 상영된 영화중 ‘타인의 취향’은 3개월간 5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단관 개봉작으로는 최대 흥행을 기록했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3만여명)와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2만여명) 등도 ‘효자’들.
‘시네큐브’가 흑자를 낼 수 있었던 데는 ‘숨겨진 보석’을 찾아내는 안목과 함께 아무리 탐나는 외화라도 2만 달러를 넘으면 수입을 포기하는 이감독의 ‘철칙’도 한몫했다.
“국내 예술 영화 팬을 최대 10만명 정도로 봅니다. 이런 시장 규모와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좋은 영화라고 무턱대고 들여 올 수는 없지요.”
최근 그가 이 원칙을 깬 영화는 시네큐브 개관 1주년 기념작인 ‘원더풀 라이프’뿐으로 상한선의 1.5배가 되는 3만달러짜리였다.
또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탄력적으로 영화 상영 일자를 조절하는 방식도 주효했다. 그러나 ‘타인의 취향’처럼 한 영화를 장기 상영할 경우, 그만큼 다른 영화를 틀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고민거리다. 그런 점에서 한국 영화를 일정기간 의무상영해야 하는 ‘스크린쿼터’가 부담일 때도 있다.
실제로 스크린쿼터 일수를 채우려고 ‘신라의 달밤’을 상영하자 일부 관객들은 “시네큐브마저 돈벌려고 한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감독은 “예술영화 전용관은 스크린쿼터 일수를 줄이거나 면제해주는 방안을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한다.
그는 1998년 ‘아름다운 시절’로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현재 이산 가족을 다룬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동시에 준비중이다. 이 영화는 4년후 완성을 목표로 내년쯤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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