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는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새삼 생각케하는 영화다.
극장을 나선 뒤 곱씹어볼만한 화두(話頭)같은 질문을 던져주는 게 좋은 영화의 기준이 된다면, ‘원더풀 라이프’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영화다. 누구나 이 영화를 보고나면 최소한 한가지 질문만큼은 스스로에게 하게 될테니까.
“다른 모든 기억은 잊고 일생동안 가장 행복했던 한 순간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어떤 기억을 택할 것인가?”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까마득히 잊고 지내온 지난 삶을 반추해 볼 수 밖에 없으리라.
월요일. 70대 노인부터 10대 소녀까지 22명의 망자(亡者)들이 지상과 영원의 중간 지점인 림보역(驛)으로 찾아든다. 이들은 면접관과 인터뷰를 통해 수요일까지 각자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그러면 면접관들은 기억을 그대로 재현해 영화로 만들어준다. 토요일. 시사실에서 자신의 영화를 보면서 죽은 이들은 영원의 시간속으로 하나씩 사라진다. 일생동안 가장 행복했던 단 하나의 추억을 제외한 다른 모든 기억은 지워진 채….
행복의 기억은 다양하다. 유곽 여성들과의 ‘한 때’,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후 처음 먹은 주먹밥의 맛, 6세 때 빨간 드레스를 입고 춤추던 순간, 귀지를 파주는 동안 배고 누운 엄마의 무릎 감촉….
고레에다 감독은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답게 죽은 이들의 인터뷰를 음악이나 영상기교를 일체 배제한 채 사실적으로 찍었다. 전반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큐적 구성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나, 이를 통해 쌓인 기억들은 후반부에서 감동을 끌어올리는 힘으로 작용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한 여성을 기억속에서 ‘공유’하고 있는 두 남자를 통해 사랑과 기억에 대한 질문을 이어간다. ‘누군가의 기억속에 영원히 남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당신의 기억속에서 나는 아직도 사랑일까’.
사후(死後)세계와 죽은 이들의 기억을 그린 이 영화는 ‘죽음’을 통해 정작 ‘삶’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원더풀 라이프’는 그런 감독의 의도를 함축하고 있는 제목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어 제목이 ‘애프터 라이프(After Life)’인 탓에 한 때 국내에서 ‘사후(死後)’라는 제목으로 먼저 알려졌던 이 영화가 ‘원더풀 라이프’라는 본래의 이름을 되찾은 것이 다행스럽다. 8일 개봉.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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