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 카빙스키를 탄 이만천씨가 폴대를 짚지 않고 슬로프를 내려오고 있다
눈보라가 섞여 날리는 슬로프. 요즘엔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스키장을 찾는다. 30일 보광휘닉스파크. 누군가 익숙한 솜씨로 언덕을 질주해 내려왔다. 자세히 보니 폴대가 없다. 스키 플레이트 길이도 매우 짧다. 바로 요즘 국내 스키장에서 간간이 볼 수 있는 ‘쇼트 카빙 스키’였다.
언덕을 타고 내려온 이는 이 곳 스키강사 이만천씨(27). 그는 “일반 스키를 타다 지루하면 이 스키를 타보곤 한다”고 말했다. 카빙스키는 회전각을 줄여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회전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스키. 이러한 카빙스키의 길이를 줄여 놓은 것이 ‘쇼트 카빙스키’다. 보통 스키의 길이가 140∼170㎝인데 이러한 ‘쇼트 카빙스키’의 크기는 110∼130㎝ 정도.
“길이가 짧으면 회전 반경이 더욱 작아져 턴 동작이 더욱 더 쉬워집니다. 폴대없이 타도 손이 자유로우니 더 편합니다.”
평평한 곳에서 두발을 번갈아 양쪽으로 제치며 나아갔다. 언덕에서 내려올 때 회전하며 몸을 숙이고 손을 늘어 뜨리는 모습은 스케이트선수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크고 작은 회전을 자유롭게 선보였다. 언덕을 질주하는 빙상선수같다고나 할까. 그러나 눈에 익은 폴대가 보이지 않아 한편으로는 불안해 보였다.
그 때 막 ‘쇼트 카빙 스키’를 타고 내려온 여성 스키어 최경희씨(20·대학생)에게 이같은 점을 물어보았다. 최씨는 스키를 배운지 5시즌이 되었고 요즘 한 참 이 스키를 타고 있다. “더 쉽고 재밌습니다. 스키와 친해지려고 하면 타보세요. 폴대를 짚고 안 짚고는 선택사항이죠.”
그렇다면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쇼트 카빙스키’의 일종인 ‘플래쉬스키’ 수입업체인 ‘엑심’(02-476-8834)의 이봉우(51)영업이사는 “스키길이가 길면 스피드와 안정성이 뛰어나지만 길이가 짧으면 회전이 상대적으로 쉽다”며 “초심자들도 편하게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용철 대한스키협회 전임지도자는 “쇼트 카빙스키는 초심자들이 다루기에 분명히 편한 점이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회전이 용이한 쇼트 카빙스키의 참 묘미를 즐기려면 어느 정도의 숙련도와 기술이 필요하다”며 “회전의 재미를 제대로 맛보려면 중급이상의 기술을 익힌 뒤에 본격적으로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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