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송년회, 팀 송년회, 동창 송년회….
송년회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12월. 외국계 증권사에 다니는 K씨(30)는 요즘 일정표를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가족과 차분하게 보내기로 작정했던 12월. 그러나 일정표는 어느덧 ‘송년회 리스트’로 변했다. 올해에는 가족 송년회도 있다. 술을 좋아하는 편인 그이지만 두주불사(斗酒不辭)인 장인과 처남 모습이 눈 앞에 어른거리면 벌써부터 속이 울렁거린다.
안 마시자니 눈치 보이고, 마시자니 다음 날이 걱정된다. 술자리는 2차로 이어지고 ‘폭탄주’까지 등장하면 애써 지켜온 건강은 와르르 무너진다. 다음날 아침 기다리는 것은 두통과 속쓰림, 취중의 실언과 과잉행동에 대한 후회 뿐.
술 앞에는 정말로 장사가 없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연일 과음을 하면 건강을 해치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이 전하는 음주법을 소개한다.
▽지나치면 독〓적당한 술은 기분 전환과 함께 소화 촉진, 신진대사 개선, 심장병 예방 등 건강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지나치면 위와 작은창자를 통해 흡수된 알코올이 혈관을 타고 전신을 돌아다니며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온 몸의 건강체계를 ‘융단폭격’하듯 뒤흔든다.
알코올은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 등 각종 간질환을 일으키는 원인 가운데 하나. 간질환의 으뜸 원인은 간염 바이러스이지만 순전히 술 때문에 간염 간경화 등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 특히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나 환자에게 알코올은 병을 재촉하는 ‘위험인자’이다.
알코올은 치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내 치매 환자는 약 25만명. 이 가운데 10%는 알코올 중독으로 뇌세포가 손상돼 생기는 알코올성 치매 환자이다. 또 치매 환자의 30%는 중풍에서 비롯되는데 잦은 과음 때문에 중풍이 생기는 수도 많다.
뼈와 관절도 알코올의 피해를 본다. 엉치뼈에 피가 통하지 않아 썩는 ‘대퇴골 골두괴사’의 주원인이 술이다. 심한 경우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밖에 고농도 알코올은 위점막을 충혈시키고 위염 위궤양 등을 일으키며 급만성 췌장염, 심장질환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편 과음은 대뇌를 마비시켜 남성의 발기를 방해한다. 술이 깨면 정상을 되찾지만 과음이 잦다 보면 고질적인 발기부전으로 이어진다. 또 여성에게는 불감증 불임 월경불순 등 성기능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몸 지키기〓피할 수 없는 자리라면 현명하게 술을 마시는게 상책(上策)이다.
먼저 ‘빈 속에 술’은 피해야 한다. 공복에는 알코올 흡수 속도가 빨라져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급속히 상승한다. 치즈 두부 생선 등 저지방 고단백 안주는 간장의 알코올 해독 기능을 돕는다.
속주(速酒)는 금물이다. ‘원샷’은 알코올의 혈중 농도를 급속히 높여 급성 알코올 중독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천천히 마실수록 뇌세포로 가는 알코올의 양도 적어진다.
술자리에서 담배를 적게 피우는 것만으로도 덜 취한다. 담배는 알코올의 흡수를 촉진시키고 알코올은 니코틴의 흡수를 빠르게 한다.
술 중에서 가장 해로운 것이 해장술이다. 간과 위장이 과음으로 지쳐있는 상태에서 해장술은 뇌의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숙취의 고통조차 느낄 수 없도록 만든다. 일시적으로 두통과 속쓰림이 가시는 듯한 느낌은 ‘알코올 중독’의 증상일뿐 숙취 해소와는 거리가 멀다.
노래도 쉬엄쉬엄 부르는 것이 좋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노래를 하면 평소보다 소리를 세게 질러 성대에 무리를 주고, 심할 경우 충혈이 되는 급성후두염이 생길 수도 있다.
(도움말〓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정광윤 교수,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홍명호 교수)
▼한방서 말하는 숙취해소법▼
폭음과 과음 뒤 어김없이 찾아오는 숙취. 목은 타는 듯 마르고, 머리는 깨질 듯 아프며, 온 몸에 힘이 쭉 빠진다.
원인은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 물질. 몸 속으로 들어온 과다한 알코올 성분이 미처 분해되지 못해 생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혈관을 타고 온 몸을 돌며 고통을 안긴다.
한방의 숙취 해소는 배설과 대사를 통해 주독(酒毒)을 체외로 빨리 내보내는 것이다. 주독은 술 때문에 생긴 습독(濕毒)과 열독(熱毒)이 뒤섞인 상태이다. 습독은 소변으로, 열독은 땀으로 배출한다.
습독을 제거하는 데에는 물, 진한 녹차, 옥수수차, 과일 주스가 좋다. 열독 제거에는 칡차, 꿀물, 생강차 등을 마시거나 가벼운 운동으로 몸에서 땀이 나게 하는 것이 좋다.
이밖에 감 배 복숭아 사과 등 과당이 많고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은 과음으로 저하된 대사기능을 붇돋아준다.(도움말〓경희의료원 한방병원 내과 이장훈 교수)
▼술! 얼마나 아시나요▼
○×로 답하세요.
①폭탄주는 인체에 흡수되기 가장 좋은 도수이기 때문에 빨리 취한다.
②얼굴이 붉어지는 이유는 혈액 순환이 잘 돼서 그런다.
③같은 양을 마셨을 때 여자는 남자보다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④시중에서 판매되는 희석식 ‘소주’의 한자는 燒酒.
⑤미국에서도 술꾼들은 해장술을 마신다.
⑥술 마시는 중에 블랙 커피를 마시거나 찬물로 머리를 감으면 술이 깬다.
⑦술 마신 뒷 날 비타민C 제제를 복용하면 해장에 도움이 된다.
⑧술은 식품이 아니고 약물로 분류된다.
⑨한국 사람은 서양인에 비해 평균적으로 술을 잘 못 마신다.
⑩알코올은 신경자극제다.
①○일반적으로 알코올 농도가 20∼25%인 술이 빨리 취한다.
②×얼굴이 붉어지는 홍조증은 몸 속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져 생긴다.
③○여성의 몸 속에 있는 알코올 분해 효소의 양은 남성의 절반 정도. 남성보다 알코올의 폐해를 더 많이 받게 된다.
④× 燒酎가 맞다. 酎는 세 번 거른 술이란 뜻.
⑤○영어로 해장술을 ‘아이 오프너(Eye Opener)’ 또는 ‘개털(Hair of Dog)’이라고 한다. 개털로 부르는 것은 미친 개에 물렸을 때 물린 자리에 그 개의 털을 문지르면 낫는다는 미신에서 유래했기 때문.
⑥× 아직까지 술이 빨리 깨도록 하거나 술이 강해지도록 하는 묘책은 개발되지 않았다.
⑦× 일부에서 비타민C의 면역 증강 효과 때문에 해장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리가 있는 말 같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은 없다. 다만 술 마신 뒷 날 물을 듬뿍 먹으면서 과일, 채소 등을 통해 비타민C나 당분을 보충해 주는 것은 확실히 좋다. 한편 의학계에서는 비타민 B군에 속하는 시아민과 엽산이 기억력 증강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고 있다. 술만 마시면 기억을 잃는 사람은 뇌를 보호하기 위해 엽산이나 시아민이 듬뿍 든 채소류를 많이 먹거나 비타민 B 복합제제를 먹는 것이 좋다.
⑧×알코올은 약물이면서 식품이다.
⑨○일반적으로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알코올 분해 효소가 훨씬 적다.
⑩×알코올은 신경 억제제에 속한다. 술에 취하면 울거나 수다를 떠는 것은 알코올 때문에 감정을 억제하는 신경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게 때문.
▼숙취 다스리기▼
△위 속에 남아있는 알코올 찌꺼기를 토해낸다.
△토했으면 위장약을 먹는다.
△토하기가 어려우면 따뜻한 꿀을 진 하게 물에 타 마신다.
△따뜻한 차를 몇 잔 마신다.
△잘 익은 홍시를 먹는다.
△미지근한 물로 목욕을 한다.
△지압을 한다.
△안점 누르기〓머리 뒤로 깍짓손을 한다. 팔 방향은 경혈과 직각이 되도록 한다. 엄지 손가락 두 번째 마디를 경혈에 대고 팔 전체로 누른다.
△수삼리 누르기〓한 쪽 팔을 감싸듯이 엄지 손가락의 두 번째 마디를 경혈에 대고 강하게 쥐는 느낌으로 누른다.
▼알코올 중독자 자가진단법▼
문 항
예
아니오
가중치
1
자기 연민에 잘 빠지며 술로 이를 해결하려 한다
1.5
2
혼자 마시기를 즐긴다
2.4
3
술 마신 다음날 해장술을 마신다
3.3
4
취하면 술을 더 마시고픈 생각이 자주 든다
3.6
5
음주 충동이 일면 거의 참지 못한다
3.3
6
6개월내 취중 일을 기억하지 못한 경우가 2회이상
2.4
7
대인 관계나 사회생활에 술이 해로웠다고 느낀다
1.0
8
술 때문에 직장일에 상당한 손상이 있다
2.8
9
배우자(보호자)가 술 때문에 떠났거나 떠난다고 위협
2.8
10
술이 깨면 진땀, 손떨림, 불안이나 좌절 혹은 불면을 경험한다
5.0
11
술이 깨면서 공포나 몸이 심하게 떨리는 것을 경험하거나 혹은 헛것을 보거나 헛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5.0
12
술로 인해 생긴 문제를 치료 받은 적이 있다
2.1
* 문항수로 '예'가 4개 이상, 또는 가중치 적용점수의 합계가 11점 이상이면 알코올중독 가능성이 커 치료하는것이 좋다. 특히 10번, 11번 항목에 해당하면 알코올 중독.
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