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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공연]레핀-베레조프스키 '바이올린에서 불꽃 튄다'

입력 | 2001-12-04 18:16:00


올 세밑은 유난히 호화로운 바이올린 공연이 많다. 정경화와 세종 솔로이스츠의 비발디 ‘사계절’(16일·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장영주의 크리스마스 콘서트(25일·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이름만으로도 눈이 휘둥그레질 빅 이벤트들이다.

그러나 진정 눈이 휘둥그레지는 색다른 체험을 기대한다면, 12일 7시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바딤 레핀·보리스 베레조프스키 듀오 연주회’를 주목해보라. 곰과 사자가 일대 격돌을 펼치는 ‘넘치는 힘의 현장’이 예상되기 때문.

‘곰과 사자라니?’ 바이올리니스트 레핀의 팬들이 붙인 그의 애칭이 바로 ‘러시아의 곰’이다. 피아니스트 베레조프스키는 ‘건반 위의 젊은 사자’라는 선전문구로 잘 알려져 있다. 두 사람 모두 강건한 파워, 단단한 리듬, 거대한 음량, 불뿜는 듯한 명인기(名人技)로 객석을 압도한다. ‘곰’(레핀) 조차도 사춘기 시절의 거대한 몸집 때문에 붙여진 별명일 뿐, 더없이 빠르고 날렵하다는 점에서 두 사람 모두 ‘젊은 사자’로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레핀은 1971년 시베리아에서 출생, 명교사 자카르 브론 아래 막심 벤게로프와 동문수학했다. 17세때 ‘콩쿠르중의 콩쿠르’로 불리는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질반질하고 서정적인 연주를 구사하는 벤게로프보다 지명도에서 밀리는 듯 했지만, 곧 차가울 만치 정밀한 기교와 맛깔난 음색을 구사하면서 열렬한 추종자 그룹을 거느리게 됐다.

69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베레조프스키는 1990년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기교파.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 음반으로 ‘독일 음반 비평가상’을 받기도 했다.

기자가 두 사람의 면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995년, 두 사람이 협연하고 에라토사가 발매한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집을 접하면서였다. 손가락이 두툼해 지판(指板)도 잘 짚이지 않을 것같은 청년(레핀)이 재빠른 프로코피예프의 작품을 연주한 데서 처음 놀랐고, 두 사람의 파워와 앙상블이 엄청난 불꽃을 일으키는 데서 두 번째로 놀랐다. ‘별 다섯 만점’으로 평점을 내놓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그 뒤 두 사람은 KBS교향악단 협연무대를 통해서도 객석을 휘어잡는 탁월한 기교와 음악성을 증명했다.

두 사람의 협연곡은 드뷔시 소나타,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1번, 리햐르트 시트라우스 소나타 작품18 등 세 곡. 앞서 9일 3시 같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베레초프스키의 독주회도 주목해볼 만 하다. ‘초절기교 연습곡’ 등 현란한 기교로 악명이 높은 리스트의 곡만으로 프로그램을 꾸몄다. 두 공연 모두 2만∼7만원. 02-541-6234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