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해맞이 1번지’라 할 만한 정동진(강원 강릉시). 여기서 남쪽으로 철길 35㎞ 거리의 삼척해수욕장에는 ‘제2의 정동진’이라 불릴 만한 해변역 후진(後津·삼척시)이 있다. 그리고 두 역을 잇는 철로는 대부분 해안가에 놓여있다. 이 멋진 철길로 달린다면…. 차창으로 쏟아지는 겨울아침의 따사로운 햇볕을 쬐며 파란 바다와 하늘을 가득가득 눈에 담고 싱그러운 파도와 갈매기 울음소리는 두 귀에, 상쾌한 바닷바람과 갯가의 바다내음은 가슴속 깊숙이 담아 갈 수 있는 ‘꿈의 여행’. 15일부터 정식운행되는 ‘환상의 해안선 기차여행‘의 풍치를 보기위해 미리 떠났다.
오전 8시20분 정동진역. 한시간 전 일출의 감흥이 가라앉을 즈음. 환상의 해안선철로를 달릴 후진행 남행열차 에 올랐다. 천천히 해변을 미끄러지듯 정동진해변을 빠져나가던 기차. 이내 바다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암흑천지가 펼쳐졌다. 짧은 터널의 끝. 오른 편 차장으로 백두대간의 우람한 산줄기가 보였다. 두타산 백봉령(동해∼정선) 자병산 석병산…. 포효하는 호랑이 형상의 한반도 척추에 놓인 7번국도가 나란히 열차 옆에 놓여 있다. 출발 10분후. 열차는 옥계역을 지났고 비로소 철로는 해안가로 바짝 다가갔다.
이어 아담한 포구 금진항. 푸른 동해와 파란 하늘에 부서진 햇살에 눈이 부셨다. 한라시멘트의 거대한 사일로를 지나니 곧 망상역. 차창에 가득 바다를 담고 열차는 남으로 남으로 달렸다. 다시 터널, 그리고 묵호역(8시40분). 차창밖으로 멋진 바다풍경이 다시 펼쳐졌다. 거센 바람에 파도 마루의 하얀 포말이 날리면서 거기에 무지개가 어렸다. 여기는 강추해변. 환상의 해안선 열차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운 듯 했다. 8시 50분 동해역(옛 북평역)을 지났다. 백두대간의 두타 청옥 두 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오전 9시. 기차는 추암(湫岩)역에 도착했다. 영화관에서 영화 상영직전 애국가 연주가 나오면 모두 일어나 예의를 갖춰야 했던 그 시절, 수도 없이 보았던 애국가 연주의 배경화면에 첫소절 동해물과… 부분을 장식했던 동해 기암절벽의 해돋이 장면 촬영지다. 여기서 열차는 50분간 정차했다. 겨울바다를 직접 거닐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임시승강장의 계단을 내려가 마을길로 300m만 걸으면 해안. 추암해변의 얼굴은 기암절벽의 바위해안 한 중간을 장식하는 뾰족한 촛대바위 다. 1959년 사라호 태풍때 너울거리는 불꽃부분이 바람에 부러져 부상 상태 지만 워낙에 형상이 출중해 지금 모습도 그런대로 괜찮다. 거친 바위 사이를 날렵하게 통과하는 산책로는 마을앞 해변으로 이어졌다. 촛대바위 산책로를 걷는 기분. 유쾌 상쾌 통쾌 다.
반달형의 자그마한 해변. 껍질 벗긴채 건조대에 내걸린 하이얀 오징어포가 바닷바람과 따뜻한 햇볕 아래서 맛이 들고 있었다. 그 옆 모래밭. 오통통 살찐 하얀 갈매기 수백 마리가 열병하듯 한 방향을 응시한 채 미동조차 없이 앉아 있다. 파도 치열한 코앞의 바다와 대조적으로.
50분간의 휴식후 열차는 다시 멋진 해안선을 내리 달려 2분만에 종착역 후진에 당도했다. 72년 폐쇄됐다가 지난 7월 환선굴 파도열차 운행을 계기로 다시 문을 연 후진역. 역사 뒤편의 널찍한 해변(폭 100m 길이 1㎞의 삼척해수욕장)을 낀 모습이 제 2의 정동진역 이라 불릴 만했다. 해안선 열차에서 내리면 자유시간. 후진역 앞에는 관광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여행정보
◇환상의 해안선 기차여행(3만6600원)〓15일 첫 출발. 21일∼2월 28일 매일 발. 열차내 이벤트 및 저녁식사 제공. 서울 영등포 청량리 성북 수원역 및 수도권 국철역과 철도승차권 위탁판매소에서 판매. 문의 1544-7788(철도고객센터) △일정〓청량리역(출발 23:10)→정동진역(도착 06:12/해맞이 및 주변관광)→해안선 기차여행(정동진역 출발 08:20/후진역 도착 10:00 전후)→삼척지역 자유관광→청량리역(도착 20:46)
◇삼척지역 옵션관광 △신기 환선굴코스(귀경열차 신기역 탑승/14:36) 7000원 △영화 ‘봄날은 간다’촬영지〓양리마을 대(竹)숲∼신흥사 주변(귀경열차 후진역 탑승/13:45) 3000원 △해안투어〓새천년 해안도로 드라이브∼비치조각공원∼새천년 소망의 탑∼죽서루∼정라진항·회센터(〃) 3000원
◇안내전화 △정동진역 033-644-5062 △삼척시청 관광과 033-570-3544
#패키지 여행
‘정동진역(해맞이)∼추암역(해변산책)∼후진역’의 해안선만 열차로 달려보는 패키지(무박2일)가 있다. 승우여행사(www.swtour.co.kr) 02-720-8311 △버스왕복(서울↔동해안)〓8, 15일 출발. 정동진일출∼환상의 해안선열차∼새천년 소망탑∼죽서루∼삼척 재래시장∼‘봄날은 간다’촬영지. 3만9000원 △‘버스+열차’왕복〓금 토요일(22일∼2월 3일)출발. 정동진일출∼통일공원(좌초한 북한잠수함 전시, 퇴역 구축함을 개조한 전시장)∼환상의 해안선열차∼첼리스트 된장마을∼정선 아우라지∼눈꽃 꼬마열차∼청량리역. 6만3000원.
#식후경/초당 순두부
새벽 4시. 정동진 역 부근 식당가는 불야성을 이뤘다. 정동역 앞 식당가. 환히 불을 켜고 야간열차가 쏟아낸 해맞이객 맞이 채비는 이미 마친 상태.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여행자들, 어느 식당에 갈까 갈팡질팡이다. 기온은 영하, 손발은 꽁꽁. 따끈한 국물이 그리운 이 때. 역앞 ‘초당 순두부’간판이 유난히 돋보인다. 그래, 강릉이 동해 깊은 바닷물로 두부를 만든다는 ‘초당 순부두’ 고향이지.
역주차장앞 통유리창 건물(4층)의 2층 ‘권봉자 할머니 초당순두부’식당(033-644-5995). 300∼400명이 동시에 앉을 만큼 넓은 식당 좌석은 방석자리형이다. 앉아서 쉬기 편하게 그리 했으리라. “늘 일출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곳이니까요. “담백한 순두부로 아침 해장도 하고 쉬기도 하고….”주인 김낙원씨(44)의 속깊은 배려다.순두부 맛은 초당동 순두부마을에서도 알아주는 ‘권봉자 할머니’가 보장한다고. “할머니가 직접 가마솥에 끓여 만든 순두부를 가져다가 그대로 냅니다.”
순부두백반 4500원, 모두부 3000원, 두부전골 왕만두두부전골 2만원. 24시간 운영.역주차장 이용시 식대에서 주차비 공제. 홈페이지 http://jungdong.com/du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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