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서만 또는 잘 아는 사람 사이에서는 유난히 활발한 아이들도, 모르는 사람이나 여럿이 보는 데서는 심하게 소극적인 경우가 있다. 어쩌면 아이들로서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연령이 많아지면서 덜 해지는 경우도 있겠다. 하지만 이왕이면 자신감 넘치는 아이로 키울 수는 없을까.
얼마 전 아주 우연히 이런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우리 아이의 발레 공연을 통해서였다. 아이가 발레를 시작한 건 올해 3월이다. 유치원에 들어가보니 거기서 가까운 곳에 발레 교실이 있었다. 바른 몸 자세를 익히고 운동 효과도 있는데다 다양한 음악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됐다. 아이 본인은 나비 날개처럼 예쁜 발레 옷에 현혹되어 있었던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재미나게 발레를 배운 지 벌써 9개월이 됐다.
우리 아이 친구들의 발레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엔 그런가 했다. 그런데 선생님과 아이들이 준비하는 모습이 무척 진지해보였다. 원래 정해진 시간은 물론이고 따로 연습시간도 가졌다. 나는 그냥 가서 한번 봐주지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공연 날 며칠 전부터 아이가 행동하는게 좀 이상했다. 약간 덤벙거리고 집중을 못하는 것 같았다. 걱정 반 궁금 반에서 물어봤더니 공연 걱정이 태산 같았다. 다행히 이야기가 잘 풀려 평소 연습한 대로 부담 없이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했고, 실제로도 참 잘 해냈다. 아직 어린 나이에 꽤 많은 사람들 앞에서 호두까기 인형의 한 부분을 훌륭하게 해낸 것이다. 공연을 보러 간 적은 있었어도, 스스로 무대에 서보기는 처음이었는데 그것을 해냈다는 자신감이 아이의 얼굴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자신감과 성취감을 가진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같은 노력을 해도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이외에도 적지 않다. 아이들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좋은 결과만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였다. 누가 특별히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여럿이 같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팀웍과 화합의 미를 깨쳐가고 있었다. 왜 시간을 지켜야 하는지, 팀원 간의 호흡이 왜 중요한지, 서로 도와주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스스로 터득해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리더쉽을 발휘하는 아이도 나오고 부지런히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아이도 나오고, 말썽만 부리는 아이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경쟁심도 존재했다. 선생님이 칭찬을 몇 번 했는지, 뭐라고 칭찬했는지에 따라 그날 그리고 그 이후 며칠의 아이들 기분이 좌우된다. 약간의 경쟁심은 긍정적인 면이 많아 보인다. 이것 없이는 더 잘하려는 노력도 따르지 않을 것이고, 성취감도 줄 것이다. 만일 다른 아이가 나보다 어딘가에서는 앞선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면, 그러면서도 좋은 팀웍이 가능하다는 것을 아이들이 배울 수 있다면 참 좋을 것같다.
정 옥 희(서울 서초구 잠원동·oki…chung@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