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사부일체’(頭師父一體)는 뒤늦게 학교에 간 조폭 두목를 둘러싼 에피소드를 다뤘다. 제목은 ‘군(君)사부일체’를 패러디한 것으로 두목과 스승, 아버지가 한몸처럼 같다는 것이다.
조직의 중간보스 계두식(정준호)은 뛰어난 충성심에도 불구하고 무식하다는 이유로 조직내에서 놀림감이 되자 그 한을 풀기 위해 ‘상춘고’에 편입한다. 그 놈의 졸업장이 뭔지? 두식은 교내 폭력배에게 돈을 뺏기고 두들겨맞는 황당한 나날을 보내면서도 성질을 죽이고 산다.
하지만 두식의 학교는 사학 비리가 판을 치고, 교장은 다른 폭력 조직의 비호를 받고 있다. 두식은 좋아하던 짝 윤주(오승은)마저 퇴학당하자 학원 정상화를 위해 싸움에 나선다.
이 작품은 좀 과장하면 ‘조폭류’ 영화로 시작해 참교육을 주제로 한 영화 ‘닫힌 교문을 열며’로 끝난다.
장르 구분도 무척 애매하다. 액션, 코미디, 청춘 멜로에 학원 비리까지. 딱 들어맞는 단어는 ‘잡탕’일 것이다.
그 재료도 다양하다. ‘조폭 마누라’의 폭력, ‘달마야 놀자’의 웃음, ‘주유소 습격사건’의 군중 신,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빗속 액션 등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이 수시로 겹쳐진다. 그런데 정작 영화는 잡탕찌개의 얼큰함은커녕 특유의 ‘맛’이 없다.
이 작품은 말 뒤집기 식의 유머와 잦은 폭력 등 ‘조폭류’ 영화들이 써먹었던 낡은 수법을 반복하고 있다. “다음 카페에 방하나 만든다” “다음 카페? 우리 구역이냐”는 식이다.
이 작품의 재미는 계두식역의 정준호를 만나는 것이다. ‘불쌍한’ 정준호! 그는 눈물겨울 정도로 망가지면서 뛰어난 코미디 연기자의 재능을 보여줬다. ‘여고괴담-두번째 이야기’의 시나리오를 쓴 윤제균 감독의 데뷔작. 18세이상 관람가.
▼8일부터 유료시사회 '사실상 개봉'
영화 ‘두사부일체’가 시사회를 빙자한 사실상의 ‘개봉’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이 작품의 정식 개봉 날짜는 14일. 하지만 8일부터 1주일간 유료 시사회라는 이름으로 서울의 CGV 등 전국 20여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이 시사회는 하루 6회씩, 입장료도 7000원으로 개봉 요금과 같다. 유료 시사회를 갖는 영화관의 숫자는 웬만한 ‘작은’ 영화의 개봉 스크린 규모를 넘어서는 것. 이 영화의 배급사인 ‘CJ 엔터테인먼트’는 “유료시사회를 마련한 것은 ‘두사부일체’의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해당 극장에서 상영중이던 다른 영화들은 유료시사회에 극장을 내주고 영화 간판을 조기에 내리게 됐다.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8일 개봉하는 영화 ‘화산고’의 배급사 시네마서비스와 ‘CJ 엔터테인먼트’ 사이의 라이벌 의식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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