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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사랑방]“후배들이 날 몰라?”

입력 | 2001-12-07 13:39:00


‘작은 거인’ 봉태하(41·로얄콜렉션골프). 꼭 ‘그린천사’ 김미현을 생각나게 하는 선수다. 아마도 현역 남자 프로선수 중 키가 가장 작은 선수일 것이다. 165cm, 58kg. 누가 봐도 작다. 백을 메면 땅바닥에 질질 끌릴 것 같아 안쓰럽기까지 하다.

85년 프로테스트에 처음 응시한 그는 여섯 번 만에 합격했다. 당시에는 하도 키가 작아 아무도 눈여겨보는 이가 없었지만 이후 4년 만에 첫 승을 거뒀고 1년 뒤 지금은 없어진 쾌남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92년 다시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타이틀을 손에 쥐기도 했다. 93년까지 늘 상금랭킹 10위권 내에 들었던 그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94년부터. 한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내던 그가 올 시즌 마지막 경기인 강원오픈에서 9년 만에 우승트로피를 안았다. 봉태하가 오랜만에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한 골프연습장의 헤드프로로 일하고 있다. 가슴속에 늘 우승에 대한 열망은 갖고 있지만 자신만의 연습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계기가 생겼다. 프로들이 늘면서 자기를 보고도 인사하지 않는 후배들이 생겨났던 것. ‘이제는 잊히는 걸까’하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했다. 아직 은퇴할 나이가 아니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봉태하는 입문생 기분으로 돌아가 칼(클럽)을 갈았다고 한다. 역시 선배보다 후배가 무서운 법이다. ‘후배들이 나를 몰라본다’는 간단한 명제가 선수를 우승으로 이끌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