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일산∼퇴계원 공사 구간 가운데 북한산 국립공원 내 사패산을 관통하는 길이 4.6㎞, 왕복 8차로 터널공사가 최근 시작돼 환경단체들과 한국도로공사측이 논란을 벌이고 있다. 환경단체와 불교계는 관통 도로와 터널 건설로 국립공원이 훼손되고 사찰 환경에도 큰 피해를 준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측은 국립공원 내 도로 개설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이미 마친 상태고 우회도로를 건설할 경우 외곽순환고속도로의 기능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며 반박하고 있다. 》
▼찬성/철저한 평가거친 '친환경 도로'▼
영동고속도로 월정∼강릉 구간(42㎞)의 확장 개통소식이 지난달 28일 신문과 방송을 통해 국민에게 소개되었다. 이곳에서는 ‘시원한 고속도로’란 도로의 기능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도로건설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시켜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정부의 건설환경 정책이 있다. 1조28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터널 7개소, 교량 55개소를 설치해 생태계의 훼손을 최소화하려는 국가 건설환경정책의 의지가 그 속에 들어 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날로 심해지는 서울시 및 주변 위성도시의 교통난을 해소하고 수도권광역교통체계를 형성하기 위해 서울중심 약 25㎞ 반경에 노선대가 설정됐다. 1991년부터 사업에 착수해 현재 전체 연장 130㎞ 중 퇴계원∼판교∼김포구간(94㎞)은 이미 개통되어 사용 중이고 일산∼퇴계원구간(36㎞)이 개통되지 않은 상태이다. 빠른 시일 내에 이 구간의 건설이 완료되어 서울외곽순환도로로서의 기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지난 10년간 자동차는 5.5배 증가했으나 도로연장은 1.6배 증가에 그쳐 연간 12조2000억원의 교통혼잡 비용이 발생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의 16.5%에 해당하는 손실이 초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선진국의 약 2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998년 기준 우리나라 국토(9만9408㎢) 유형은 임야 65.7%, 농경지 21.9%, 하천 및 유지 3.8%, 기타 8.5%로 되어 있어 개발사업은 임야 및 농경지의 훼손을 초래한다. 이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환경갈등을 예방 조정하는 기능과 지역·집단이기주의를 해소할 수 있는 민주적 장치의 필요성에 따라, 또 지속 가능한 개발을 구체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1982년 환경영향평가법이 시행됐다. 현재 20년이 지나 성년이 된 이 제도는 절차법으로서 사업계획의 확정 이전에 거쳐야 할 관문이다. 사업계획 확정 이후에도 공사 중이거나 공사완료 후 일정기간 동안 사후 환경관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외곽(일산∼퇴계원)고속도로 건설사업은 1997년 2월 환경영향평가에 착수해 2001년 7월 협의가 완료되었다. 환경영향평가 및 협의기간이 1년2개월로 정해져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는 그 4배의 기간에 수많은 환경단체 및 생태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데 이어 이들과 합동으로 현장을 답사하는 등 친환경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노력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남이 한 것은 믿지 않고 내 눈으로 꼭 확인해야만 믿는 풍조가 있다. 지난 5년간 수많은 환경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그 해소방안에 대해 정부가 함께 고민했다. 그 결과 현재의 계획노선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공동으로 환경관리를 시행하도록 환경부에서 대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환경분야도 20년이 지나 이제 성년이 되었다. 21세기에는 환경분야에서도 국가제도와 정책을 신뢰하고 남이 한 것을 믿을 수 있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허광(한국 환경영향 평가협회 이사)
▼반대/터널공사 생태계 파괴 불보듯▼
북한산 국립공원·수락산·불암산을 꿰뚫고 지나가게 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전체 노선의 4.6㎞가 국립공원 구역을 관통한다. 이 사업은 한국도로공사가 추진하고 있다.
자연공원법은 국립공원을 ‘우리나라의 풍경을 대표할 만한 자연풍경지’로 정의하고 있으며 ‘개발에 잠식되는 국토를 방치할 수 없어 최소한 이 곳만은 우리 당대뿐만 아니라 후대를 위하여 자연상태로 보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지정한 지역이다. 특히 북한산은 198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래 연간 3000만명의 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처로 수도권의 허파 구실을 하는 곳이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국립공원인 북한산에 왕복 8차선 고속도로가 뚫리게 되면, 수려한 경관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극심한 소음과 터널 출입구 부분의 대기오염으로 국립공원 일대의 식생과 동물 서식환경이 파괴된다. 또한 터널 공사 시 발생하는 소음·진동에 의해 생태계가 교란되고, 터널로 인한 지하수맥의 변화는 지하생태계마저 파괴시키게 될 것이다. 더구나 공원 구역이 양분되어 자연생태계의 단절을 초래할 것이다.
고속도로가 통과하게 될 북한산국립공원에는 삼국시대 이후 2000년의 역사를 담은 북한산성을 비롯해 수많은 역사·문화유적과, 신라시대에 창건된 도선사 승가사 진관사 등 100여개의 사찰 등 문화재가 산재되어 있다. 특히 도로가 지나갈 공원 구역엔 600년대에 의상대사·해호화상 등에 의해 창건된 유서 깊은 전통고찰들이 있으며, 여기에는 많은 지방문화재들이 봉안되어 있다. 도로에서 불과 10∼수백m 떨어진 위치에 자리잡은 이들 사찰과 문화재들은 공사 중의 굉음과 먼지, 그리고 완공 후 하루 14만대의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와 소음·진동으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더군다나 이 관통노선은 당초 계획했던 기능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인터체인지가 놓이게 될 의정부 지역은 이미 교통혼잡이 극심한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이런 곳에 차량이 들고나는 인터체인지가 놓이는 것은 이 일대의 교통대란을 일으킬 위험이 높을 뿐만 아니라 외곽순환도로 자체의 소통에도 치명적인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국립공원과 사찰 환경을 보전하면서 동시에 서울의 교통을 분산시키고 외곽지역의 교통을 흡수하려면 환경단체와 불교계가 제안한 것처럼 국립공원이 아닌 의정부 외곽을 지나는 노선을 채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대안을 무시하고 단지 공사비를 절감한다는 이유로 국립공원의 심장을 뚫는 8차선 도로를 뚫겠다는 것은 국가가 공공자산인 국립공원과 문화유산의 보전가치보다 도로건설업자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립공원에서 담배를 피우는 시민에게 50만원이라는 거액의 벌금을 물리는 국가가 앞장서서 국립공원을 결딴낸다면 이제 누가 자연을 소중히 여기겠는가.
김 혜 정(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