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프랑스 여류화가 유승희(柳承熙·37)씨가 붓으로 명성황후의 해원(解寃)굿을 벌인다. 유씨는 다음달 파리에서 3년간 준비해온 명성황후의 초상 등 관련 작품 20여점의 전시회를 갖는다. 전시회 명칭은 ‘한국의 마지막 황후’.
이번 전시회에는 120호가 넘는 명성황후의 대형 초상화들과 3.5m 길이의 칼 모양 속에 형상화한 명성황후 시해 장소, 시해 순간을 파노라마식으로 표현한 길이 10m짜리 그림 등이 선보인다. 유씨가 명성황후에게 빠져들게 된 것은 96년 재불사업가 오영교(吳玲敎·43)씨와 함께 명성황후의 초상이 실린 1895년판 프랑스 주간지를 발견하면서부터. 파리 고서점가를 돌며 한국 관련 자료를 모으는 게 취미였던 두 사람은 주간지 ‘릴뤼스트라시옹’에 실린 한국 특파원 빌타르 드 라게리 기자의 ‘한국의 비극’이란 기사에서 명성황후의 삽화를 찾아내는 등 관련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유씨가 명성황후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누군가는 황후의 한을 표현해야 한다”는 오씨의 강력한 권유에 따른 것. 이번에 전시될 명성황후의 인물과 의상 등은 두 사람이 수집한 당시 자료에 따랐다.
유씨는 “비극적이었던 황후의 한이 전달되었는지 혼자 작업하면서 섬뜩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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