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씨름연맹 사무실에는 벌써 한 달 넘게 엄삼탁 총재가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권석조 연맹 사무총장과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
지난달 초 엄 총재와 권 총장은 한판 ‘싸움’을 벌였다. 아마추어 단체인 대한씨름협회가 주관하는 전국씨름왕대회에 권 총장이 출장 갔던 일에 대해 엄 총재가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자 권 총장이 “공무를 두고 간섭을 한다”며 반발했던 것. 이후 엄 총재는 권 총장과 얼굴을 마주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일은 ‘곪은 상처가 터진 것’일뿐 엄 총재와 권 총장의 알력은 뿌리가 상당히 깊다. 엄 총재의 측근이 권 총장을 밀어내려 하는데 ‘저항’이 만만치 않았던 것.
이런 와중에 민속씨름 1세대 씨름인으로 구성된 ‘민속씨름동우회’는 지난달 엄 총재를 만나 “씨름단이 3개밖에 남지 않은 씨름계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질 의향이 없느냐”는 건의를 했다. 그 자리에서 엄 총재는 비난의 화살을 권 총장 쪽으로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엄 총재는 이후 신생기업인 P사의 씨름단 창단 조인식을 주선했으나 P사는 오히려 연맹 직원들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연맹 실무자들은 씨름단 창단이라는 단비 같은 소식에 기대가 앞섰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씨름단을 운영할 만한 능력이 없는 기업에 창단 허가를 내줄 수는 없었던 것. 엄 총재 취임 후 씨름단 4팀이 창단됐으나 3팀이 간판을 내린 것도 창단 허가를 더 이상 남발할 수 없는 이유였다.
안에서 ‘묘한 힘 대결’이 벌어지는 동안 밖에서는 갈수록 팬이 외면하는 등 민속씨름의 모양새는 점점 초라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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