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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철강 수입규제 파장]수출 연 100만톤 줄듯

입력 | 2001-12-08 06:18:00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 부과와 쿼터 설정 등 강도 높은 수입규제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한국의 대미(對美) 철강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ITC의 이번 권고안이 아직 미 행정부의 최종 결정은 아니지만 관례적으로 ITC안이 미 정부 결정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국내 관련 업계에는 큰 ‘악재’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한국이 전체 철강 수출의 20% 가까이를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고 미국의 수입규제를 받게 될 품목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의 60%(금액 기준)를 넘는 현실을 감안하면 미국이 실제로 수입제한조치를 취하는 내년부터는 직격탄이 예상된다.

▽미국, 자국 철강업계 보호에 총력〓ITC는 10월 말 철강 수출국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 철강업계와 노동계, 의회의 압력 때문에 열연, 냉연 코일 등 철강 제품 16개 품목에 대해 통상법 201조(긴급 수입제한 조치) 발동 사전 단계인 ‘산업피해 판정’을 내렸다. 이번 ITC의 결정은 이에 따른 구체적인 후속 조치의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은 97년 이후 26개 철강회사가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이 중 23개사가 파산하는 등 최악의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미국 철강업계와 노동계는 이 같은 침체가 외국산 철강 제품이 저가로 미국 시장을 잠식해왔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사활을 건 로비를 벌여왔고 미 정부는 이런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내년 2월 ITC의 건의를 수용하면 미 행정부는 곧바로 수입 철강제품에 대해 관세 인상과 쿼터 설정 등의 규제조치를 취하게 된다.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 격감 불가피〓지난해 미국에 235만t, 10억3200만달러 어치의 철강제품을 수출한 한국에 있어 미국의 수입제한조치는 가장 큰 악재로 꼽힌다.

미국의 수입규제 대상이 되는 품목에 열연, 냉연 강판, 용접 강관 등 한국의 대미 수출 주력 품목이 대거 포함돼 있고 이들 품목이 전체 대미 수출액의 60.5%에 달해 철강제품의 대미 수출이 격감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열연 코일, 냉연 강판, 도금 강판, 후판, 석도 강판 등 5개 품목은 6명의 ITC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산업피해 판정을 내린 바 있어 포항제철 동부제강 연합철강 동국제강 등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강협회는 미 행정부가 미국 업계의 요구대로 97년 이전의 3년간 실적을 기준으로 수입 쿼터를 정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연간 100만t(42%)이나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부진과 세계적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급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의 수입규제라는 대형 악재로 인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수입규제로 인해 미국 시장으로 들어가지 못한 철강제품이 동남아 등 다른 지역으로 몰려들어 철강 가격 하락을 더욱 부추김으로써 세계 철강업의 불황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는 일본 유럽연합(EU) 등과 함께 미국의 철강 수입규제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의 자국 철강산업 보호의지가 워낙 강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