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한미 양국 정상이 용산 미군기지 이전을 합의했지만 미군이 이 곳을 떠나지 않고 100억 달러를 이전비용으로 요구하며 버티다가 느닷없이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양국 정상의 이전 합의에 따라 서울시는 현 청사가 협소해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는 부서들을 한 곳에 모으기로 하고 시 청사를 용산 기지에 신축하는 계획을 확정해 두고 있다.
미국은 가장 가까운 우방국이다. 6·25 전쟁 때 참전해 공산화를 막아주었고 현재에도 주한 미군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유지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고마운 나라 군인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는데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떠나야 할 자리에 짓겠다고 하니 시민들은 ‘약속위반’ 이라며 분개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도심에, 그것도 86만평이라는 대규모 땅에 군사 시설이 있다는 것은 도시의 균형발전에 암적 존재이다. 또 서울이 미군에 점령당해 있다는 기분도 든다.
미군 아파트는 시 외곽에 경비가 수월한 산 속의 아늑한 곳을 선택해 지었으면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용산기지를 고수한다면 반미 감정이 생겨 반세기 이상 쌓아온 양국 간 선린우호의 공든 탑이 무너질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방부 등 서울 도심에 있는 우리 군의 대형 주둔지 이전도 논의했으면 한다.
우승남(서울 노원구 상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