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정신력만을 강조하는 시대는 갔다’고 얘기하지만 때론 정신력이 무서운 힘을 발휘할 때도 있다.
9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필라델피아 플라이어스와 미네소타 와일드의 경기.
최근 6경기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하고 3무3패에 그쳤던 필라델피아 선수들의 몸가짐은 평상시와 달랐다. 60분내내 그야말로 사력을 다한 경기를 펼쳤고 1승을 감독에게 선물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에게 이 경기의 승리가 반드시 필요했던 이유는 사령탑인 빌 바버감독의 아내인 제니 바버가 6개월여의 투병생활 끝에 이날 폐암으로 숨을 거뒀기 때문. 바버감독은 아내와 사별한 지 불과 몇시간만에 팀을 위해 경기장으로 달려나왔다. 가족들의 요청으로 눈물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아내와 아이들이 내가 설 자리는 경기장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28년동안 제니는 진실한 아내이자 어머니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필라델피아는 2피리어드에 체코 출신 얀 라바크가 연속골을 성공시키는 등 시종 공격을 리드하며 5-1로 쾌승, 아내를 잃은 뒤에도 벤치에 앉은 바버감독에게 보답했다.
플라이어스의 수비수 루크 리차드슨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이 한경기에 쏟아넣었다”고 말했다.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