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몰랐을까?" 주한 미군의 용산기지 내 아파트 건설 계획이 알려진 이후 국방부의 행보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이 문제가 언론에 보도된 직후 "미군측으로부터 통보를 받지 못해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국방부의 반응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한미군의 용산기지 내 주택 건설 계획이 올 6월부터 미 국방부나 의회에서 공론화됐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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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계획 언제부터 나왔나〓미국 국방부 뉴스 전용 홈페이지(www.defenselink.mil)에 따르면 토머스 슈워츠 주한미군사령관은 올 6월27일 미국 워싱턴에서 ‘하원 경비지출 위원회 군사시설 건설 소위’ 주관으로 열린 청문회에서 용산기지 내 아파트 건설 계획을 보고했다. 이 내용은 이 홈페이지 7월5일자 ‘뉴스 기사(News Articles)’란에 루디 윌리엄스 기자가 작성한 기사로 나와 있어 일반인도 볼 수 있다.
이 기사에서 슈워츠 사령관은 주한 미군의 주거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2020년까지 13억7500만달러를 투입, 미군 가족용 주택 3250가구를 새로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지별로는 △캠프 험프리 1500가구 △캠프 캐럴 500가구 △오산기지 250가구 △용산기지 500가구 △군산기지 500가구 등이라고 덧붙였다. 용산기지 내 주택 건설 계획을 공개적으로 알린 셈이다.
이 기사에서 언급한 용산기지 내 아파트 건립 예정 가구수가 500가구로 현재 추진중인 1066가구와 차이가 나는 것은 당시 주한미군 공여지 반환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용산기지로 이전할 다른 지역 미군들의 주택 수요를 감안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측 해명〓공식적으로는 “몰랐다”는 입장이나 일부 관계자들은 아파트를 건립하려는 미군측의 움직임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인 아파트 건립계획은 파악하고 있었으나 미군측이 10월 국내업체들에 입찰 참여요청서를 보낸 사실은 몰랐다는 것이 정설.
이에 따라 국방부측이 사전에 알고서도 자체적으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서울시 등 관계부처에 정보제공조차 하지 않았다는 비난은 면하기 어렵게 됐다.
시민단체들은 “국방부가 일반인들에게까지 공개된 미군관련 정보조차 파악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며 “공식적으로 통보받지 않았다고 해서 반년 동안 항의 한번 제대로 못한 것은 직무 유기”라며 국방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 땅 미군기지 되찾기 공동대책위원회 김용한(金容漢) 위원장은 “91년 미국정부로부터 용산기지 반환을 약속받고도 10여년이 지나도록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국방부가 자주 국방의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