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캔 카운트 온 미’(원제 ‘You Can Count On Me’)는 영화 ‘아메리칸 뷰티’처럼 미국 중산층 가정의 한 단면을 세밀하게 들여다 본 영화다.
‘일상성’의 매체인 TV에도 어울릴만큼, ‘유 캔 카운트 온 미’는 영화라고 하기엔 소박할 만큼 일상적이고 평범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이 영화는 충격적인 소재나 드라마틱한 사건 대신,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면서 나직한 목소리로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지난해 미국에서 개봉된 후 평론가 및 언론으로부터 ‘형제나 자매가 아닌, 누나와 남동생의 복잡미묘한 정을 섬세하게 다룬 드문 수작’ ‘올해 최고의 영화 중 하나’ ‘인간적 감동이 가득한 영화’라는 찬사에 이어 각종 상을 수상했다.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 최우수 각본상, 올해 전미 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 최우수 각본상,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 대상 및 각본상, 지난해 몬트리올 영화제 남우주연상, 토론토 영화제 여우주연상….
세계 최대 영화관련 인터넷 사이트인 IMDB에서 역대 모든 영화를 통털어 가장 좋은 영화 250편중 185위에 올라있다. 개봉 당시 상영관이 8개관에 불과했던 ‘작은 영화’였지만 900만 달러의 수입을 기록했다.
영화 배경은 뉴욕주 인근 시골 마을 스캇츠빌.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작은 동네다. 이런 곳에서 자라난 사람들의 선택은 두 가지. 남거나 혹은 떠나거나. 누나 새미(로라 리니)는 전자를, 남동생 테리(마크 러팔로)는 후자를 택한 경우다.
남매에게는 아픔이 있다. 어릴 때 부모가 숨지고 고아로 자라난 것. 하지만 이 영화는 부모의 자동차 사고 장면으로 시작한 뒤 곧바로 20년의 세월을 훌쩍 건너 뛰어 이들의 ‘아픈 세월’은 생략한다. 케네스 로너갠 감독은 단 한번도 부모의 죽음을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어린 시절의 아픔이 누나와 동생을 어떻게 이어주는지를 보여준다.
새미는 여덟살짜리 아들 루디를 둔 이혼녀가 돼 은행원으로 살아간다. 떠돌이 생활을 하던 동생 테리가 누나에게 돈을 빌리러 몇년만에 고향을 찾아오면서 남매는 오래만에 한 집 생활을 하게 된다
각본을 직접 쓴 로너갠 감독은 흡사 우디 앨런의 영화를 연상시키는 재기발랄한 대사와 재치있는 유머로 잔잔한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갔다.
루디역을 깜찍하게 해낸 로디 컬킨은 ‘나홀로 집에’의 아역스타 매컬리 컬킨의 친동생이다. 14일 개봉. 18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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