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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허원기/교사 흔들면 교육 흔들리는데…

입력 | 2001-12-11 18:23:00


교원이 우대되어야 함은 여러 교육 관련 법규에서조차 명문화되어 있다. 이는 그 우대가 교원의 사기를 진작시켜 교육 목표 달성을 도모하기 위함인 줄로 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교원들은 우대 받기는커녕 업신여김을 받고 있어 모두가 기진맥진하고 있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4년 동안 각계 각층에서 교원들을 개혁 대상으로 흔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나이 든 교원의 퇴출로 고용효과를 올리며 교단을 젊게 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명분으로 국민여론에 동의를 구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 외국에서는 연장시키는 교원 정년을 교원 양성도 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한꺼번에 3년이나 단축시켰다.

그리고 교사들의 비리를 과장해 들추어냄으로써 촌지 교사와 체벌 교사를 신고하도록 하니 교내에 경찰이 진입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들을 폭행하는 교단 패륜이 자행되기도 했다. 정치인들은 표와 직결된다는 판단으로 눈치를 보며 교원 정년 단축을 억지로 합법화시켰다.

한편 1999년 8월말 퇴직 교원에게는 65세 퇴직에 해당하는 명예퇴직 수당을 지급한다는 방침으로 원로 교사들의 명퇴를 유도했으며, 연금법 개정 예고 등으로 1, 2년 사이에 5만∼6만명의 대량 퇴직 사태를 초래해 교원 수급은 엄청난 차질을 빚었다. 이에 따라 연금 기금은 고갈되었다.

뒤늦게나마 정치인들이 잘못된 교육공무원법을 고쳐 교원정년을 1년 연장해 교원 수급에도 도움을 주고 만신창이가 된 교원들의 사기와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는 듯했다. 그러나 각종 학부모회와 사회단체 등에서 극렬하게 반대했다. 그 움직임이 마치 전체 국민의 의견인 양 여론몰이식으로 진행돼 교원들은 아연실색했다.

야당에서도 서울 여의도 교육자대회 때 나와 교원 정년 연장 또는 환원의 당위성을 천명하며 이번 회기에는 기필코 입법 추진하겠다고 약속해놓고서도 올바른 분석 절차도 밟지 않은 채 여론을 핑계삼아 국회 교육위원회와 법사위까지 통과한 법안을 유보시켜 또다시 교원들을 업신여겼다.

교원정년은 빠른 시일 내에 65세로 정상 환원되어야 한다. 자꾸만 조작된 여론몰이로 교사들을 호락호락하게 보는 풍토가 지속된다면 교육을 살릴 수 없을 것이다.

허 원 기(인천교대부설초등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