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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원주시립교향악단 음반녹음 현장을 가다

입력 | 2001-12-11 18:23:00


말할 때 하얀 입김이 쏟아져나오는 초겨울 오전. 그러나 서울 북아현동 추계예대 콘서트홀은 교향악단원 60여명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했다. 박영민이 지휘하는 원주시립교향악단이 국내에서 자주 접하기 힘든 관현악단 음반 녹음을 진행하고 있는 것. 그 현장을 들여다봤다.

“OK, 좋습니다. 현의 윤기가 훨씬 나아졌네요. 다음으로 나갈까요?”

콘서트홀 무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레코딩 프로듀서(녹음총지휘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말끔한 외모의 지휘자 박영민이 대답했다.

“그렇게 하죠. 계속 반복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자, 그러면 테이크(녹음 진행을 위해 임의로 설정한 악보구분) 5, 시작해 주세요.”

현의 활달한 리듬과 함께 목관악기들이 속삭이듯 가녀린 멜로디를 연주하더니 곧바로 포르테(강주)로 솟구쳐갔다.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 1악장이다.

마이크 선을 따라 콘서트홀 분장실에 임시로 설치된 녹음실로 향했다. 스투더 오디오 믹서와 B&W 모니터 스피커, 타스캄 디지털 레코더 등 한 눈에 보기에도 억대는 됨직한 기기들이 작은 방 가득 펼쳐졌다.

현장 인원은 세사람. 스코어(관현악의 모든 파트가 기록된 악보)를 펼쳐놓고 마이크를 통해 지휘자와 의견을 주고받는 레코딩 프로듀서, 믹서와 레코더를 조작하는 엔지니어, 전 과정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오피스 매니저 등 꼼꼼하게 역할이 나뉘어 있다.

“음반을 듣는 음악팬들은 녹음 버튼만 눌러놓으면 녹음이 될 걸로 상상하죠. 아닙니다. 마이크 세팅부터 편집까지 꼼꼼한 정성을 들일 때마다 음질은 눈에 띄게 향상되거든요.” 레코딩 프로듀서인 사운드미러 코리아의 남상욱실장(31)은 녹음 작업을 조각가의 세밀한 끌에 비교했다.

녹음 공간의 잔향(메아리) 특성을 고려해 마이크 위치를 정하고, 잔향이 부족하면 널빤지로 된 반향판을 댄다. 곡 하나도 수십 번 마음에 들 때까지 반복 연주해 믹싱 앰프로 정밀하게 이어붙이기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음악가들과 의사교환이 중요한 것은 물론.

이날 녹음을 진행한 사운드미러 코리아는 미국 사운드미러의 자회사로 지난해 4월 설립된 녹음 전문사. 최근 발매한 김대진의 필드 ‘녹턴’ 음반 등으로 기존의 음반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사운드로 주목받았다.

남 실장은 “주요 스태프가 모두 미국 본사에서 수련 과정을 거치는 동안 세계적 음반 녹음에 참여한 전문가”라며 “국내 음반녹음의 수준을 바꾸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