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중화문 대문의 광두정
못 하나에도 선인들의 삶과 문화가 담겨있다.
우리 전통못의 의미와 미학을 엿볼 수 있는 있는 전시회 ‘조선 못 특별전’이 내년 2월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명륜동 짚풀생활사박물관에서 열린다.
전시품은 조선못 1000여점. 조선못이란 천편일률적으로 생산되는 기계못 이전의 것으로 고대에서 근대까지 대부분 대장장이가 불에 달구어 일일이 망치로 두들겨 만든 못이다.
전통 못의 용도는 풍성하다. 두 물체를 접합시켜주는 것 이외에도 장식이나 문고리용으로 혹은 쐐기로 사용됐다. 이에 그치지 않는다. 공주 무령왕릉 출토 금동신발처럼 신발바닥 장식용으로도 사용됐다.
이번 전시에서도 알 수 있듯 못의 종류는 큰못, 잔못, 대갈못(대두정·大頭釘), 배목, 고리못, 광두정(廣頭釘), 정자(丁字)못, 무두정(무두정·無頭釘), 비녀못, 꺾쇠, 나무못, 대못, 쐐기, 촉, 나비장 등. 못의 종류가 이렇게 많았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큰못은 굵고 긴 못으로, 접합력이 강해 주로 건축에 쓰였다. 잔못은 아주 작고 가는 못으로 철제 이음새를 가구에 부착하는데 사용했다. 대갈못은 머리가 뚱뚱하면서 굵은 쇠못으로, 주로 성문이나 양반가의 대문에 사용해 위엄과 권위를 나타냈다.
경복궁 자경전의 배목
배목은 한 몸에 못이 두개 붙은 것으로, 가구나 문고리에 박은 뒤 내부에서 벌려 물체를 고정하는데 사용했다. 둥근 머리에 비녀못을 끼워 잠금장치로 사용하기도 했다. 고리못은 배목과 모양은 같으나 못이 하나인 것으로, 배목보다 고정력이 약해 별로 힘을 받지 않아도 되는 곳에 사용.
광두정은 머리가 넓고 큰 못으로 대개 대문이나 가구 혹은 북 등에 장식용으로 사용했다. 정자못은 머리가 정(丁)자거나 ㄱ자인 못, 무두정은 머리가 없는 못, 비녀못은 배목이나 고리못 구멍에 꽂는 비녀 모양의 못을 말한다.
조선못은 지금은 일상생활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전시품을 잘 들여다보면 못 하나에서도 기능과 미학을 함께 추구했던 선인들의 낭만과 장인정신을 느낄 수있다. 02-743-87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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