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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CEO들 "연말 주가 올려라"…경영성과 재는 잣대 인식

입력 | 2001-12-11 18:36:00


현대모비스 박정인(朴正仁) 사장은 요즘 하루에도 여러 차례 회사의 주가(株價)를 점검한다. 주가가 큰폭으로 등락할 때에는 배경을 확인하고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설명할 자료도 준비한다.

박 사장은 “경영성과를 주주, 종업원, 회사가 모두 누릴 수 있도록 경영실적이 정확하게 주가에 반영돼야 한다”며 “이들 3자의 이익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최고경영자(CEO)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반드시 그의 관심 때문만은 아니지만 현대모비스 주가는 작년 말 주당 4900원대에서 현재 1만7000원대(10일 기준)까지 올랐다.

기아자동차 김뇌명(金賴明) 사장도 최근 자사의 주가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사장은 “창사 이래 최대의 영업실적을 낸 것과 회사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돼 있다”며 경영성과가 주가에 반영되도록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연말을 맞아 주요 기업의 CEO들이 주가관리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주가가 경영성과를 재는 ‘주요 잣대’로 급부상하면서 ‘CEO 성적표〓주가’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

삼성 LG SK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에서는 “주가로 CEO의 경영성과를 평가하겠다”는 말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몇 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CEO 주가’란 말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전반적인 증시 활황으로 각 기업의 CEO들은 다소 안도한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언제 반전될지 몰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과거에는 오너의 마음이 경영자들의 진퇴를 결정하는 핵심변수였지만 지금은 아무리 오너의 신임이 두텁더라도 ‘시장’에서 외면당하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LG화학의 노기호(盧岐鎬) 사장, ㈜SK의 유승렬(劉承烈) 사장, 제일모직 안복현(安福鉉) 사장 등은 외국인투자자들을 만나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이들은 회사의 경영상태가 주가에 정확히 반영되는 데 CEO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견기업의 CEO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백세주 돌풍을 몰고 온 국순당의 배중호(裵重浩) 사장은 “한국 기업 중 가치주(價値株)의 전형을 보이겠다”며 외부기관의 컨설팅을 통해 주가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