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높게 평가하는 영화와 흥행 성적은 반비례?
이번 조사에서 ‘올해의 영화’ 1위는 ‘파이란’. ‘파이란’은 서울에서 22만9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하 11월말 서울 관객 기준·영화진흥위원회 자료 참조) 비교적 선전했으나 웬만한 영화가 100만명선을 넘기는 요즘 한국 영화 흥행을 기준으로 보면 좋은 성적이라고 할 수 없다.
‘올해의 영화’에서 상위 5위에 선정된 영화 중 2위인 ‘친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흥행과 거리가 멀다. ‘봄날은 간다’가 38만여명을 동원했고, ‘봄날은…’과 공동 3위를 차지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6만2900명, 5위인 ‘고양이를 부탁해’는 2만3900명으로 ‘처참한’ 수치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이 꼽는 ‘의미있는’ 영화와 관객들이 찾는 영화는 거리가 멀다는 ‘고정관념’이 ‘사실’임을 입증한 셈.
서울에서만 258만명 가까이 동원한 ‘친구’의 경우 워낙 한국 영화 시장의 부흥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점 때문에 이번 설문조사에서 2위에 꼽혔다.
공동 6위인 ‘소름’ 역시 8만700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톱스타 이병헌이 등장한 ‘번지점프를 하다’는 50여만명이 관람해 비교적 성적이 좋은 편. 공동 8위인 ‘수취인불명’은 1만여명을 겨우 넘겼다.
공동 8위인 ‘엽기적인 그녀’는 176만여명이나 동원한 흥행작이었으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 영화의 의미를 ‘영화적 완성도’보다는 ‘발빠른 기획’ 등 ‘상품’의 의미에 보다 무게를 뒀다. 10위인 ‘무사’의 경우 87만3600명을 동원한 작품이지만, 이 역시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감독의 뚝심과 배우, 스태프의 노력 등이 평가받을 만한 작품”이라는 평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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