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영화관이 있다?’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가 올해 하반기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이른바 ‘안방 극장’의 혁명이 거세게 불고 있다. 기존 VCR의 비디오 영상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또렷한 영상과 깜짝 놀랄 만큼 선명하고 웅장한 사운드로 무장한 DVD가 20∼40대의 폭넓은 층을 파고들며 새로운 영상 미디어로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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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VD 플레이어 20만~40만원대면 장만
- DVD영화 비디오만큼 많다
마니아들은 붐비는 영화관보다 가족과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홈시어터(Home Theater)’가 한수 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뒤 5개의 스피커와 베이스음(저음)을 내는 서브우퍼 스피커까지 붙여 360도 입체적으로 파고드는 음향에 영화관의 스크린과 똑같은 가로 세로 16 대 9나 2.35 대1의 와이드 화면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기 때문. 화질 또한 영화관과 똑같다.
DVD는 영화뿐만 아니라 음악 애호가의 마음까지 설레게 하고 있다. 공연 시간이 긴 탓으로 CD로는 2, 3장씩이 되어야 한편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오페라나 발레를 DVD는 단 한장으로 영상은 물론 5.1채널 돌비 디지털 음향을 너끈하게 소장할 수 있다.
▼DVD열풍 중년층도 만만찮아
특히 30, 40대는 물론 60대에 이르기까지 DVD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현상이 독특하다. 지금까지 새 첨단 미디어의 등장은 늘 젊은층이 견인한 데 비해 DVD 열풍은 중년층도 함께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DVD가 옛 추억을 부활시키는 힘을 발휘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지난달 세계 동시 출시된 오마 샤리프 주연의 ‘닥터 지바고’ DVD는 1965년 상영된 영화라고 하기에는 지난 30여년의 세월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잡티 하나 없는 깔끔한 영상을 보여주고 ‘발라라이카’라는 악기로 울리는 ‘라라의 테마’음악도 그때 그 소리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올해 초 ‘벤허’DVD가 다른 블록버스터 DVD를 제치고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렸을 때부터 국내 중장년층의 DVD 사랑은 남달랐다.
▼미·일·중국선 비디오시장 이미 추월
특히 DVD의 등장으로 디지털 기술로 음향과 화질이 복원된 추억의 영화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 이젠 ‘빛바랜 영화’란 말도 어울리지 않게 됐다. 심지어 미국 ‘월트 디즈니’가 ‘플래티넘시리즈’라는 프로젝트로 10월에 첫 선을 보인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는 무려 70년 만에 DVD로 부활한 애니메이션이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몰이를 한 이 작품은 영화와 작품해설이 영어는 물론 우리말까지 지원해 어린 자녀를 가진 부모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이번 성공을 시작으로 과거 상영한 애니메이션을 앞으로 10년간 매년 한 작품씩 DVD로 내놓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일본 중국은 이미 DVD가 완전히 비디오와 음반 시장을 누르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98년 이후 DVD플레이어가 급속히 보급되고 DVD타이틀 수가 2만∼3만종에 달할 만큼 다양하다.
비디오가 인기였던 시절에는 대여를 많이 했지만 DVD는 거의 반영구적인 디지털 미디어라는 특성에 힘입어 직접 구입해 소장(셀스루)하는 시장이 크게 형성됐다. 미국에서는 인기있는 영화DVD의 경우 최근 출시되면 일주일 만에 100만∼500만장까지 판매되는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최근 9·11 미국 뉴욕 테러 이후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까지 형성돼 가정에서 DVD를 즐기는 층이 더욱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하반기 들어 영화 음악 DVD타이틀 수가 1000종을 넘어서면서 연말까지 1700여종이 넘는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워너브러더스 컬럼비아트라이스타 20세기폭스 등 국내 진출한 영화직배사들이 내년에는 DVD를 비디오보다 더 많이 출시할 계획이라 내년은 DVD 대중화의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LG전자 삼성전자가 저렴한 홈시어터와 DVD플레이어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그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말만 해도 100만원대를 웃돌던 DVD플레이어가 최근에는 20만∼40만원대로 떨어져 VCR와 큰 가격차가 없어졌다. DVD플레이어는 PC처럼 디지털 제품이라 보급형은 내년에는 10만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여 앞으로 ‘나만의 영화를 소장하는 새로운 문화’는 국내에서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 종 래(㈜파파DVD 대표·jongrae@papadv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