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포말등대
《한겨울에 바다라. 코베어 갈만큼 세찬 칼날바람 불어대는 겨울바다. 그래도 찾는 이의 발걸음은 끊일 줄 모른다. 왜, 무엇이 이 겨울에 바다로 불러내는가. 부서지는 파도 소리, 그 위로 수선스레 날아다니는 갈매기의 울음 소리…. 모든 것이 죽은 것처럼 숨을 죽인 겨울. 그러나 바다 만큼은 한 겨울에도 펄펄 ‘살아있다’. 사람들은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겨울 바다를 찾는다.》
# 출발! 해맞이
새벽 다섯시반. 칠흙같은 어둠도 머잖아 작별의 순간을 맞을 것이다. 차를 몰고 강구항(경북 영덕군)을 나서 918번 지방도(강축해안도로)를 따라 북행을 시작했다. 강구항과 축산항을 잇는 이 도로는 동해안에서도 이름난 드라이브 코스. 축산항을 지나 백사장이 8㎞나 뻗은 명사이십리 해수욕장 남쪽끝까지 32㎞구간이 몽땅 해안가다.
여명에 수평선이 드러났다. 서둘러 해맞이 할 곳으로 차를 몰았다. 창포말 등대(축산면 대탄리 삿갓봉 아래 언덕위). 강구항에서 축산방향으로 9.8㎞ 떨어진 강축해안도로상의 작은 언덕이다. 산등성에는 ‘영덕해맞이공원’이라고 씌어 있다.
몇해전 동해안을 휩쓴 산불. 삿갓봉은 그때 민둥산이 됐다. 나무 사라진 산등성은 겨울이면 더욱 을씨년스럽다. 그러나 세상사가 그렇듯이 잃고나니 얻는 것도 있었다. 숲이 사라지더니 그 숲에 가렸던 동해 바다가 드러났다.
수평선 위로 짙게 드리운 해무를 딛고 아침 해가 솟았다. 빛은 곧 생명. 암흑천지가 제 색깔을 찾으니 세상 모든 것이 생명을 얻는 듯 했다. 굽이굽이 언덕을 오르내리며 굴곡진 해안을 감아도는 강축도로의 우아한 자태도 드러났다. 창포말 등대에서 감상하는 아침바다 동해 갯마을 풍경. ‘평화’ 그 자체였다.
해안도로가로 지나치는 동해안의 허다한 갯마을. 건조대에는 과메기(꽁치 청어를 바닷바람에 말린 것) 피데기(껍질벗겨 말리는 오징어) 일색이다. 영덕대게의 원조 마을로 알려진 차유마을(축산면 경정2리). 여기서 잡힌 게의 다리가 갯가에 우뚝한 죽도산(竹島山)의 대나무와 비슷하다해서 ‘대게’라 불렀다는 전설이 갯가의 ‘대게원조 기념탑’에 씌어있다.
명사이십리 해수욕장의 모래해변을 뒤로 하고 벗어난 강축해안도로. 길은 7번국도로 이어져 병곡(면)을 지난다. 이곳 명물은 칠보산 자연휴양림. 산중턱의 통나무집 객실에서 동해 해돋이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곳이다. 이후부터는 울진땅. 울릉도 여객선이 오가는 후포(울진군)를 지나 7번 국도는 물좋기로 이름난 백암온천행 갈림길(지방도로 88번으로12㎞)이 있는 평해를 통과해 해송숲 너머 파란 바다 내다 뵈는 월송정(越松亭·관동팔경)을 지난다. 푸른바다 금빛모래 푸른 소나무…. 정자앞 해변의 단아한 풍치는 겨울아침 상쾌한 해변산책을 100% 보장한다.
# 굽이굽이 절경
예서부터 울진읍으로 가는 도중 지나는 해안도로는 오산∼망양정 구간(10㎞). 해안가 바위를 굽이굽이 돌아가는 운치있는 길이다. 이후 도로(7번 국도)는 주로 내륙을 달린다. 해안의 지형이 험한 데다 원자력발전소 등이 들어선 탓이다. 덕구온천 갈림길(917번 지방도로)을과 울진원전전시관이 있는 삼거리를 지나면 나곡. 여기서 4.6㎞만 더가면 경북(울진군)과 강원(삼척시)의 경계선이 동네 한가운데를 지나는 고포리 갯마을이다.
고포마을 진입로는 고개마루 오른편으로 나있다. 오르막에서 속력을 내면 자칫 지나치기 십상이다. 마을진입로를 따라 꼬불꼬불한 고갯길로 내려서니 아담한 갯마을은이 보였다. 바다와 어찌나 가까운지 태풍불면 파도가 안방까지 들이칠까 걱정될 정도다.
삼척해변
해안도로는 월천 하구인 호산까지 4.7㎞.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숨겨진 도로다. 방파제마다 낚시 드리운 사람들이 보였다. 월천 하구의 사주(沙柱)는 바다와 어울려 멋진 풍경을 이뤘다. 여기서 갈매기는 떼지어 놀고 있었다. 그 옆 송림 두른 해변에는 바다로 창이난 호산비치호텔(033-576-1001)이 있다.
호산을 지나 덕산까지 32㎞구간은 고개 하나 넘으면 골안에 갯마을이 하나씩 고개와 갯마을이 번갈아 나타나는 형국의 지형이다. 작진항 노곡항 임원항이 여기에 있다. 그 가운데서 비교적 규모가 큰 임원항에는 수십개의 노점횟집이 골목을 이룬 회센터가 있어 싱싱한 생선회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아담한 포구 신남항의 볼거리는 해신당(海神堂)주변 숲에 있는 통나무 남근(男根)조각상(19개). 장호항 용화해수욕장을 지나면 고갯길을 만난다. 고개마루에 잠시 차를 세우고 뒤를 돌아보자. 장호 용화의 거대한 반달형 해변이 무척 아름답다.
문암마을, 고려 마지막 임금인 공양왕이 살해된 궁촌, 대진항을 차례로 지나니 도로는 다시 내륙으로 이어졌고 이 길은 근덕을 지나 한재를 넘어 삼척교 사거리에 닿았다. 여기서 우회전하면 삼척항을 지나 새천년 해안도로로 갈 수 있다.
summer@donga.com
영덕대게
◆ 식후경
수심 300∼500m의 심해에서 잡아 올린 ‘롱다리’ 대(竹)게. 향긋한 살맛과 게딱지속의 오묘한 장맛은 단 한번이라도 맛보면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 구미를 당기는 것이 특징. 그래서 ‘영덕대게’의 고향 강구항(경북 영덕군)은 주말이면 전국각지에서 찾아오는 식도락가로 북새통을 이룬다.
영덕대게의 시즌오픈은 겨울철이다. 요즘 강구항에 가면 식당수족관마다 대나무처럼 생긴 긴 다리를 오므린 채 물밖 세상구경에 여념이 없는 거구의 대게를 수십마리씩 볼 수 있다.“이정도면 1.3㎏는 나갈텐데, 10∼12만원은 받지요.” 비싼 줄 짐작했지만 글쎄 이 정도일줄이야. “그러다 보니 값이 헐한 물게나 홍게를 먹는데 맛이야 비길 수 있나요.” 삼화식당(054-733-4511) 여주인 박태분씨(42)의 말이다.
눈 딱감고 큰 놈 두어마리 쪄서 식구대로 먹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면서 살 한 점을 입안에 넣어 주는데 맛을 보고나니 정말로 생각이 달라진다. 대게는 산 채로 찜통에 넣고 30분정도 쪄내고 게딱지의 장은 긁어내어 밥에 넣고 볶아 준다. 택배주문은 왕돌잠(www.biocrab.co.kr 02-738-3331)에서 받는다.
#패키지여행
승우여행사(www.swtour.co.kr)는 백암온천에서 숙박하며 영덕해맞이공원 일출, 월송정 해변산책, 울진해안도로(오산항∼망양정) 드라이브후 성류굴 부석사에 들르는 패키지(1박2일)를 판매중. 15, 22, 24일 출발, 6만9000만원. 02-720-8311
#여행정보
동해안 드라이브 코스는 해안선을 따라 건설된 7번국도에서 모두 연결된다. ◇7번 국도 진입하기 △강릉, 주문진〓영동고속도로 이용 △울진〓중앙고속도로(춘천∼대구·14일 개통예정)/영주 출구→36번 국도→봉화→울진 △영덕〓중앙고속도로/서안동 출구→34번 국도→진보→영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