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젖줄’인 아마야구를 관장하는 대한야구협회는 고익동 회장이 취임한 후 한시도 ‘바람잘 날’이 없는 듯하다.
고 회장은 최근 야구계와 큰 관련이 없는 P씨를 난데없이 협회 부회장으로 앉혔다. 고 회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면식도 없었던 P씨를 부회장으로 전격 발탁하는 과정에서 기존 부회장단이나 이사진과의 상의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협회 내부에서 반발이 일자 P 부회장은 “어려운 협회 살림의 재정적인 출구를 마련하는 역할을 하려고 하는데 일부에서 나를 음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물론 임원 선임은 회장의 고유권한으로 법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순전히 재정적인 도움 때문에 임원을 선임했고, 그 때문에 가뜩이나 ‘비리의 온상’으로 비치고 있는 아마야구계가 또다시 금전과 관련된 파문에 휩싸이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게 주위의 시각이다. 아마야구계에선 고 회장의 이 같은 독선적인 운영 때문에 협회가 ‘사조직화’ 양상으로 빠질 가능성마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고 회장이 취임한 이후 올 한해 아마야구계는 내내 시끄러웠다. 6월 열린 황금사자기고교야구대회에선 심판진의 금품수수사건 이후 심판들이 집행부의 일 처리 방식에 불만을 품고 경기를 보이콧하는 초유의 사태마저 벌어졌었다.
당시 일부 팀들이 심판진에 축승금을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자 고 회장 체제는 심판이사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빠져나가 “우리가 총알받이냐”는 심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지난달 대만월드컵야구대회에선 선수단을 도와줘야 할 협회 집행부가 ‘유람단’으로 변해 여론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취임 당시 “아마야구계의 발전과 자정 노력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한 고 회장의 말이 공허하게만 들리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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