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극장 매표소 앞에는 영화사가 고용한 입회아저씨가 한 분씩 있습니다. ‘체커(Checker)’라고도 하는데요, 이 분의 일은 매표소에서 영화의 관객수를 세서 영화사측에 알려주는 겁니다. ‘관객〓돈’인 만큼 영화사들은 극장 집계를 믿지 않고 독자적으로 관객수를 ‘체크’하는 거죠. 근무시간은 첫 회 입장부터 마지막 회 관객이 들어가는 순간까지입니다.
입회아저씨가 하는 중요한 ‘비공식 업무’가 또 있습니다. 바로 ‘콜’이죠. ‘콜’은 극장에 온 사람들이 자기 영화를 보도록 부르는 걸 뜻합니다.(그래서 입회아저씨의 첫째 조건이 목소리가 커야 한답니다. ^^) 보통 영화관을 찾는 관객의 20%쯤은 볼 영화를 정하지 않고 오는 ‘부동표’기 때문에 콜이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하긴 ‘신라의 달밤’ 때는 별다른 콜없이 “아∼ 신라에 다아아알∼밤이여어∼” 하고 노래만 읊조리고 있어도 됐었다네요.
‘대박 영화’가 있을 때는 ‘이삭줍기’도 중요합니다. ‘이삭줍기’는 히트 영화가 일찌감치 매진돼 뒤돌아서는 사람들을 자기 영화로 콜하는 거죠. 콜 할 때 외치는 말을 ‘멘트’라고 하는데요, 이삭을 주울 때나 부동표를 잡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친답니다. 베테랑들이 즉석에서 술술 만들어내는 ‘멘트’는 웬만한 광고 카피 못지 않습니다.
‘콜’은 한 극장에 한 영화만 상영하던 단관 시절에는 없던 풍속이죠. 5년전 명보극장이 단관극장에서 복합관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군요. 모든 극장에서 다 ‘콜’이 이루어지지는 않고요, 현재 강북 몇몇 극장에서만 하고 있습니다. 특히 종로 서울극장은 입회 아저씨들 사이에 ‘전쟁터’로 불리는 곳이죠. 워낙 경쟁이 치열해 이 곳은 입회 아저씨 중에서도 ‘말발’이 뛰어난 대표 선수들이 파견된다는군요.
오늘처럼 큰 영화(‘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두사부일체’ ‘화산고’)가 맞붙는 날엔 콜과 이삭줍기 경쟁으로 더 불꽃 튀깁니다.
하지만 콜을 할 때도 입회아저씨끼리 최소한 지키는 ‘룰’이 있답니다. 남의 ‘구역’(매표소) 침범 안하고 자기 자리 지키며 콜하기, 남의 영화를 비방하는 멘트는 절대 하지 않기 등은 기본중에서도 기본입니다. 음, 이런 건 정치인들도 좀 배웠으면 좋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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