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아들 외동딸과 함께 연년생 자녀들도 늘고 있다.
외아들 외동딸을 키우려니 외로울 것 같고, 기왕 낳을 아이들을 잇달아 낳아 노후에 여유를 갖자는 판단을 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집 아이들은 다섯살, 네살의 연년생이다. 한동안 쌍둥이처럼 둘이 같이 기저귀를 차고, 젖병을 물고 다녔다. 하루에 사용한 젖병 수만 열 개가 넘어 두 차례 삶아야 했다. 천 기저귀 사용이 너무 힘들어 종이 기저귀로 바꿨는데 쓰레기 양이 하루에 10ℓ 종량제 봉투를 채웠다.
둘이 한꺼번에 울고 보챌 때는 큰 애는 업고 작은 애는 안고 달랬다. 그럴 때는 왜 그렇게 서러웠는지 눈물이 났다. 주위에서는 큰 아이를 당분간 외가에 보내는게 어떻느냐고 했지만 어린 아이를 떼어놓는 게 불안했다. 둘째 아이의 임신 초기 쏟아지는 잠과 불러오는 배 때문에 많이 안아 주지도 못했는데, 큰 애가 엄마는 동생을 더 예뻐한다고 생각할까 걱정도 됐다. 그래서 친정 엄마가 자주 우리 집에 들러 주시는 방법을 택했다. 작은 아이는 요즘도 나한테 혼이 나면 할머니를 부르며 운다. 꼭 바로 옆에 할머니가 계셔서 편들어 주실 듯이 말이다.
그렇게 힘든 시간이 조금 지나자 요즈음은 형제를 키우는 재미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요즘처럼 겨울철 외출이 어려울 때 둘은 좋은 친구가 된다. 하지만 또래 친구들과의 놀이 기회가 적어지고, 서로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알지 못하는 듯했다. 그래서 놀이터에 가서 다른 아이들과 모래놀이도 하고 기구도 타보게 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려고 했다. 어느 날인가는 큰 애가 장난감을 놓고 다른 아이와 다툼을 벌이자 작은 애가 형제애를 보였다. 싸움을 말리면서도 흐뭇했다.
연년생은 경쟁자가 되기도 한다. 엄마도 둘을 비교하기 쉽다. 그럴 때는 형이 동생을 위해 화장실 불을 켜준다든지, 둘이 함께 장난감을 정리하게 하는 등 서로 도와주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게 좋다. 둘을 함께 칭찬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연년생을 키우는 데는
경제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다. 같은 물건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걸 두 개씩 구입할 수는 없다. 할 수 없이 나는 장난감을 살 때 이게 누구 거라고 밝히지 않으려고 했다. 두 아이 공동의 것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주인이 되는 시간을 정해서 그 동안만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했다. 물론 내가 주인이 아닌데 그걸 갖고 싶으면 양해를 구하도록 했다.
이 방법이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니다. 싸움으로 이어질 때도 많다. 작은 다툼일 때는 둘이서 해결하게 내버려둔다. 하나가 울거나 ‘육탄전’이 벌어지면 두 가지는 꼭 지키려고 한다. 하나는 아이들이 한 걸음씩 물러서게 하여 감정을 안정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싸움의 원인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왜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이야기하다 보면 실수를 인정하고 상대 입장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엄마가 감정을 앞세우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건 너무 어렵다. 싸움이 벌어지는 그 상황에서 엄마 스스로 화내지 않고, 적절한 선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건 아주 어렵다. 매일 도를 닦는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 두 아들을 한꺼번에 꼭 안아준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담자는 뜻에서.
(33·서울 노원구 상계동·leejy@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