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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의 대인관계 클리닉]실수는 깨끗이 인정해야

입력 | 2001-12-13 18:20:00


30대 초반의 최모씨. 그에겐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아주 못된 버릇이 한 가지 있었다. 웬만해선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려고 들지 않는 ‘쇠심줄 같은 심보’다. 이같은 표현은 그의 어머니가 붙여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과 자주 마찰을 빚고 갈등을 일으켰다.

살다 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실수도 하고 잘못된 일도 하게 마련이다. 그럴 땐 깨끗하게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는 게 상책. 그러나 그는 번번이 상대방이 진절머리를 내도록 부인하고 변명하고 고집을 부리다가 더 큰 곤욕을 치르곤 했다.

“저도 그런 제 모습이 한심하게 여겨질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막상 그런 일이 닥치면 저도 모르게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는 겁니다.”

그의 말이었다. 어떤 땐 정말 자기 잘못이 아닌 것 같아서, 어떤 땐 잘못했다는 걸 알면서도 일단 우기고 버티고 본다는 것이었다. 자존심 때문에도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는데 굉장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의외로 비슷한 고민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개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그런 어려움에 빠지곤 한다. 이런 타입의 특징은 자신의 아주 작은 실수에도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욕구 또한 매우 강하다. 아무리 소소한 거라도 일단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고 나면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져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어려움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자신에게 완벽주의 성향이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사람은 때로 실수할 수도,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으며 자기 역시 그 점에서 예외가 아니란 사실을 인정하도록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이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언제나 옳고, 언제나 완벽할 수 없다. 우린 인간이기에 때때로 실수하고 잘못도 저지른다. 중요한 건 그런 사실을 알고 인정하는 자세다. 그대신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우린 누구나 수많은 실수와 실패 속에서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성장해 나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실, 실수나 실패는 깨끗하게 인정하는 편이 훨씬 품위가 있다.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아서 문제다. 물론 나 역시 예외는 못된다는 점을 고백해야겠다.

양창순(신경정신과 전문의)www.mind-op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