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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콩달콩 섹스파일] ‘풀 코스’도 반복되면 싫증난다

입력 | 2001-12-14 11:19:00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소식’(小食)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운동, 규칙적인 식사와 함께 소식이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공인된 의학적 결론. 하지만 우리네 조상들은 ‘보릿고개’라는 아주 특수한 경험을 한 탓에 무엇이든지 ‘풀 코스’로 배불리 먹는 것을 미덕으로 삼아왔다.

문제는 이런 미덕의 관행이 우리나라에선 섹스에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국 남성들은 여성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불타는 사명감’에 어떻게 하든 힘과 정력으로 끝장보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또 많은 성담론들이 ‘분위기 고조-본행위-후희’의 풀 코스를 강조하기 때문에 은연중 섹스가 하나의 부담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사실. 하지만 ‘풀 코스’ 과정을 제대로 지키는 모범적 섹스도 그것만 반복된다면 파트너가 종국에는 싫증을 느끼게 마련이다. 즉 가끔씩은 빠르고 예상치 못한 섹스를 통해 파트너가 얻는 기쁨도 만만치 않다는 것.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여성의 한탄을 들어보자.

“결혼한 후 섹스가 연애시절보다 못해 불만이다. 영화에서처럼 남편이 현관문을 열자마자 거칠게 밀고 들어와 곧장 소파나 침대로 갈 수는 없는지….”

이 여성은 인터넷을 통해 섹스에 대한 남편의 창의력 빈곤을 맹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여성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성심리학자들은 즉흥적이지만 창의적인 섹스가 남녀간에 양념 같은 역할을 한다고 충고한다. 언제 저 사람이 나에게 돌진해올지 모른다는 야릇한 기대감과 긴장감, 그리고 느닷없이 닥쳐올 때의 짜릿한 쾌감. 이것은 오랫동안 공을 들이고 충분한 전희와 후희를 통해 느끼는 맛과 또 다른 차원의 것이다. 완전히 벗은 몸매보다 어딘가 가려진 모습이 더욱 에로틱하듯, 본격적인 섹스 행위보다 때로는 부드럽게 감싸주는 손길과 스쳐가는 애무가 더 로맨틱할 수도 있다.

21세기는 창의력의 시대라고 하지만 창의력의 응용분야가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다. 여성을 대하는 데도 경직된 사고, 가부장적 태도에서 벗어나 좀더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찾아올 것이다.

< 이선규/ 유로탑 피부비뇨기과 원장 > www.urotop.com